四時詞(사계절을 읊음) / 허난설헌
1. 春(봄)
院落深沈杏花雨(원락심침행화우)
고요하고 깊은 정원에 살구꽃은 비처럼 지고
流鶯啼在辛夷塢(류앵제재신이오)
꾀꼬리는 목련꽃 핀 언덕에서 지저귀네.
流蘇羅幕襲春寒(류소라막습춘한)
술이 달린 비단 휘장 안에는 아직도 찬 봄기운이 스며들고
博山輕飄香一縷(박산경표향일루)
박산 향로에선 향내음이 하늘거리누나.
美人睡罷理新粧(미인수파리신장)
미인은 잠에서 깨어 곱게 단장하고
香羅寶帶蟠鴛鴦(향라보대반원앙)
고운 비단 옷에 원앙새 새긴 패물을 찼어라.
斜捲重簾帖翡翠(사권중렴첩비취)
비취 박은 겹발을 비스듬히 걷어 올리고
懶把銀箏彈鳳凰(뢰파은쟁탄봉황)
은 거문고 잡고 하염없이 봉황음을 타는구나.
金勒雕鞍去何處(금륵조안거하처)
황금 굴레가 박힌 안장 얹고 님께선 어디로 가셨나요.
多情鸚鵡當窓語(다정앵무당창어)
정다운 앵무새는 이 창가에서 지저귀는데
草粘戱蝶庭畔迷(초점희접정반미)
풀숲에서 놀던 나비는 뜨락으로 사라지더니
花罥遊絲闌外舞(화견유사란외무)
난간 밖 아지랑이 피어나는 꽃에서 춤추고 있구나.
誰家池館咽笙歌(수가지관열생가)
뉘 집 연못가에서 들려오는 생황 노래가락에 목이 메는데
月照美酒金叵羅(월조미주금파라)
달빛이 금빛 술잔 속의 향긋한 술을 비추고 있구나.
愁人獨夜不成寐(수인독야불성매)
시름 많은 여인 밤새 홀로 잠 못 이루었으니
曉起鮫綃紅淚多(효기교초홍루다)
먼동이 트면 명주수건에 눈물 자국만 가득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