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貧女吟-許蘭雪軒

시뜨락 시정(詩庭) 2024. 11. 13. 08:13

빈녀음(貧女吟)-허난설헌(許蘭雪軒)   

豈是乏容色  개시핍용색
工鍼復工織  공침복공직
少少長寒門  소소장한문
良媒不相識   양매불상식
인물도 남에 비해 그리 빠지지 않고
바느질 솜씨 길쌈 솜씨도 좋건만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자란 까닭에
좋은 중매자리 나서지 않네

不帶寒餓色  부대한아색
盡日當窓織  진일당창직
唯有父母憐  유유부모련
四隣何會識  사린하회식
춥고 굶주려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하루종일 창가에서 베만 짠다네
오직 내 부모님만 가엾다 생각할 뿐
그 어떤 이웃이 이내 속을 알아 주리오.

夜久織未休  야구직미휴
戞戞鳴寒機  알알명한기
機中一匹練  기중일필련
綜作何誰衣  종작하수의
밤이 깊어도 짜는 손 멈추지 않고
짤깍짤깍 바디 소리 차가운 울림
베틀에 짜여가는 이 한 필 비단
필경 어느 색시의 옷이 되려나

手把金剪刀  수파금전도
夜寒十指直  야한십지직
爲人作嫁衣  위인작가의
年年還獨宿  년년환독숙
가위로 싹둑싹둑 옷 마르노라면
추운 밤에 손끝이 호호 불리네
시집살이 길옷은 밤낮이건만
이 내 몸은 해마다 새우잠인가

【해설】
조선 선조(宣祖) 때 여류시인 허난설헌(許蘭雪軒)의 한시(漢詩). 섬세한 필치로 여인의 독특한 감상을 노래한 것이다. ‘빈녀(貧女)’란 '가난한 여인의 노래'라는 뜻이다. 허난설헌의 시집 <난설헌집(蘭雪軒集)>(1608)에 수록되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