爲人訟寃 (위인송원)
<남의 억울한 송사를 위하여>
洗面盆爲鏡 (세면분위경)
낯을 씻으며 대야를 거울로 삼고
梳頭水作油 (소두수작유)
머리를 빗으며 물을 머릿기름으로 씁니다.
妾身非織女 (첩신비직녀)
저가 직녀가 아니니
郎豈是牽牛 (낭기시견우)
남편이 어찌 견우이리오?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이옥봉(李玉峰: ?-?)이 지은 위인송원(爲人訟寃)을 소개합니다.
이옥봉은 서녀로 태어났기에 소실이 될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조원(趙瑗)의 소실로 있을 때 옆집 남자가 소를 훔쳤다는 죄로 잡혀 갔습니다. 그 아내가 옥봉에게 진정서를 하나 써 주면 사또에게 올리겠다고 졸라댔지요. 조원이 소실로 맞이할 때 다시는 글을 짓지 않을 것을 요구하여 그렇게 하기로 서약을 하였기에 안 된다고 해도 울면서 애걸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이 시를 써 주었다고 합니다.
세숫대야를 거울로 삼아 얼굴을 비추어 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물을 머릿기름으로 쓴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소리지요. 그런 것처럼 소를 훔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끝에서는 내가 직녀가 아니니 남편이 어찌 견우가 되겠느냐고 묻습니다. 여기서 견우는 견우성이면서 소를 끌고 가는 사람이니 소 도둑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래서 내가 직녀가 아니니 남편이 소 도둑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표현이 재미있다고 느껴집니까?
잡혀간 사람은 이 시 때문에 풀려났지만 이옥봉은 약속을 안 지켰다고 남편으로부터 내침을 당하고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