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난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樣)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어휘풀이】
<이화(梨花)> : 배꽃
<월백(月白)하고> : 달이 밝고.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 배꽃에 달이 비쳐 한결 희고.
<은한(銀漢)> : 은하수. 유의어는 은하(銀河), 천한(天漢), 천하(天河), 천손(天孫).
<삼경(三更)> : 한밤중. 23시∼01시. 유의어는 자시(子時), 병야(丙夜).
<일지춘심(一枝春心)> : 한 가지에 어린 봄뜻. 한 나뭇가지에 어려 있는 봄날의 애상적(哀傷的) 정서.
<자규(子規)야> : 소쩍새야.
자규의 별명 : 불여귀(不如歸), 망제혼(望帝魂), 귀촉도(歸蜀道), 두견(杜鵑), 촉조(蜀鳥), 소쩍새.
<알랴마난> : 알까마는, 일겠는가마는.
<양(樣)하여> : 듯싶어, 듯하여.
【풀이】
하얀 배꽃에 달빛이 밝고, 은하수가 자리를 옮겨 자정을 가리키는 한밤중에
한가닥의 봄철의 애상적(哀傷的) 마음을 소쩍새가 알 리가 있으랴마는
다정다감한 것도 병인 듯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구나.
【해설】
이조년(李兆年)의 시조. 시조집 <해동가요(海東歌謠)>와 <청구영언(靑丘永言)>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에 실려 전한다. 고려말의 문신 이조년이 봄밤의 정서를 시각적·청각적 이미지의 대비를 통해 형상화한 고시조이다. 전체 3장 6구로 이루어진 평시조로서 시의 형식은 4음보의 외형률을 지닌 정형시이다.
청초ㆍ결백ㆍ냉담ㆍ애상 등의 속성을 지닌 '이화(梨花:배꽃)'를 제재로 하여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한(恨)의 정서를 애상적인 어조로 노래한 서정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