詔問山中何所有賦詩以答
(조문산중하소유부시이답)-梁 陶弘景
山中何所有 산중하소유~ㄴ가
嶺上多白雲 영상다백운이라
只可自怡悅 지가자이열이나
不堪持贈君 불감지증군이라
산중에 무엇이 있느냐는 황제의 물음을 받고 시를 지어 대답함
산속에 무엇이 있는고?
산마루에는 흰 구름만 많이 있을 뿐입니다.
다만 스스로 즐길 뿐
폐하께 가져다 드릴 수는 없나이다
[출처] 도홍경陶弘景의 조문산중하소유부시이답詔問山中何所有賦詩以答 - 산중에 무엇이 있느냐는 황제의 물음을 받고 시를 지어 대답함
도홍경陶弘景은 제齊나라 때 잠시 벼슬살이를 하다가 양梁나라가 들어선 뒤 벼슬을 그만두고 구곡산九曲山(지금의 장쑤성江蘇省 진강鎭江 남쪽 모산茅山)에 은거하였다. 양梁나라 무제武帝가 그에게 조정朝廷에 나와 보필해 줄 것을 부탁했으나 거절했다. 무제는 그가 왜 은거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조서詔書를 내려 물었다.
“도대체 산속에 무엇이 있어 그대는 이토록 짐朕의 뜻을 몰라주는가?”
이에 도홍경은 왜 산속에 사는지 무제의 궁금증을 풀어줄 시원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도연명陶淵明(365~427)은 그의 시詩 ‘음주飮酒(기오其五)’에서 “산기일석가山氣日夕佳 비조상여환飛鳥相與還 차중유진의此中有眞意 욕변이망언欲辨已忘言‘’라 즉, ‘산의 기운은 해질녁에 더욱 아름답고, 날던 새들도 서로 무리지어 돌아가네. 이러한 모습 속에 삶의 참뜻 있는데, 말을 하고자 하나 이미 할 말을 잊었다네’라 했듯이 산속에 사는 그 묘미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가? 불가佛家에서 ‘개구즉착開口卽錯 동념즉괴動念卽乖’라, ‘입을 열면 헛소리가 되고 한 생각 일으키면 어긋난다’고 하는데, 황제에게 그냥 ‘산이 좋아 산속에 산다’고 대답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말없이 먼 산을 바라보는데, 문득 산곡대기에 구름 한 무더기 걸려있다. 이에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라고...
도홍경陶弘景는 남조南朝의 양梁나라 의약학자醫藥學者이자 도가道家 사상가이자 문인이다. 도교道教의 모산파茅山派의 개조開祖로 자는 통명通明이다. 단양丹陽 말릉秣陵(지금의 장쑤성江蘇省 난징南京) 출신으로 그의 가족들 중 많은 사람들이 높은 벼슬을 지냈으나 도홍경은 초년에 등급이 낮은 벼슬을 지냈을 뿐 큰 뜻을 이루지 못했다. 후에 벼슬에 뜻을 접고 관복을 벗어 던지고 구곡산句曲山(현 장쑤성 모산茅山)에 들어가 ‘화양관華陽館’이라는 집을 짓고 거기서 숨어 지냈다. 이곳에서 은거하며 스스로 ‘화양은거華陽隱居’라 자칭하였고, 말년에는 자칭 화양진일華陽真逸이라고도 칭하였다. 그는 의약醫藥, 점복卜占, 역법曆法, 경학經學, 지리학地理學, 박물학博物學, 문예文藝에 정통하여 국가대사國家大事에 자문역할을 하여 산중재상山中宰相이라 불렸다. 특히 그는 유불선儒彿仙 사상의 영향을 받은 까닭에 삼교三敎를 아우를 것을 주장하고 청정淸靜·무위無爲·인과因果와 윤회輪廻 등의 사상을 널리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