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綠筠軒-蘇軾(蘇東坡)

白雲 2024. 6. 1. 03:03

<綠筠軒>
於潛僧綠筠軒(어잠승녹균헌)

可使食無肉(가사식무육)
不可居無竹(불가거무죽)
無肉令人瘦(무육영인수)
無竹令人俗(무죽영인속)
人瘦尙可肥(인수상가비)
士俗不可醫(사속불가의)
傍人笑此言(방인소차언)
似高還似癡(사고환사치)
若對此君仍大嚼(약대차군잉대작)
世間那有揚州鶴(세간나유양주학)

밥 먹는 데 고기야 없어도 되지만
사는 곳에 대나무 없으면 안 되지.
고기 없으면 사람이 야윌 뿐이지만
대나무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하네.
사람이 야위면 살찌면 그만이지만
선비가 속되면 고칠 길이 없다네.
옆 사람이 이 말을 비웃으며
고상한 듯하면서도 어리석다 하네.
만약 대나무를 대하면서 고기도 먹을 수 있다면
세상에 양주학이라는 말이 어째서 생겼겠는가.

*녹균헌은 어잠현(於潛縣)에서 수행하던 승려가 자신의 거처에 붙인 명칭으로, '푸른 대나무가 있는 방'이라는 뜻이다.
어잠현은 지금의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에 속한 곳이다. 이 시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꼽히는 대나무를 빌어, 선비는 마땅히 물욕을 경계하고 지조와 절개를 지켜야 함을 노래하고 있다.

*양주학(楊州鶴)은 《고금사문유취(古今事文類聚)》의 <학조(鶴條)>편에 실린 이야기에서 비롯된 고사성어이다. 옛날에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의 소망을 이야기하였는데 어떤 사람은 양주의 자사(刺史)가 되고 싶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재물을 많이 얻기를 바랐으며, 어떤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에 오르는 신선이 되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마지막 사람은 자신은 양주의 자사가 되어 십만 관(貫)의 돈을 허리에 차고 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싶다고 하였다. 부귀공명을 모두 누리고 신선까지 되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인데, 이는 인간세상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헛된 욕망이다. 양주학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하였는데, 이룰 수 없는 욕심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이 시에서는 선비의 절개를 지키면서 부귀영화까지 함께 누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하여 세속적 욕망을 해학적으로 경계한 것이다.

*참고문헌: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