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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산(春山)에 눈녹인 바람-우탁

시뜨락 시정(詩庭) 2024. 2. 28. 01:39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저근듯 빌어다가 머리 우에 불리고자
귀밑의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주제 : 탄로(嘆老), 늙음을 한탄함
*춘산 : 봄철의 산 '청춘'을 비유
* 건듯 : 얼핏, 문득
* 져근듯 : 잠깐. 잠시 동안
* 해묵은 서리 : 백발 (춘산의 대조)
* 불리고쟈 : 불게 하고 싶구나

*배경 및 해설
화자는 봄산의 눈을 녹인 따뜻한 바람을 잠깐 동안 빌려다가 자신의 머리 위에 불 게 하여 해묵은 서리를 녹이고 싶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흰 머리를 다시 검게 해서 젊음을 되찾고 싶은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춘산'은 청춘, '해묵은 서리'는 화자의 백발을 의미한다. 이것은 솔직하면서도 속되지 않은 기발한 표현으로, 이 시조에 참신한 맛을 더해주고 있다. 늙어감을 한탄하고 있지만 그런 속에서도 인생을 달관한 여유가 느껴진다.
흔히 고려 속요에서 볼 수 있는 감상적, 애상적 정조와는 달리 인생의 허무 의식을 극복하고자 하는 긍정적 자세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시조】우탁(1262-1342) ;
고려 말기의 학자, 성리학에 뛰어남.호 역동(易東),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하다 물러나 예안에 돌아가 글을 벗하였다. 뒤에 성균 제주가 되어 성리학을 후진들에게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