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普德豬》
陰風生岩谷 溪水深更綠
음풍생암곡 계수심갱록
倚杖望層巔 飛簷駕雲來
의장망층전 비첨가운래
<보덕굴에서>
음산한 바람 골을 나오고 시냇물 깊어 더욱 푸르다.
지팡이 짚고 층층 뫼 보니 날 듯한 처마 구름을 탔네.
음풍陰風: 음산한 바람,
심갱록深更綠: 수심이 깊어 더더욱 푸르게 보임.
충전層巔: 층층의 산꼭대기,
비침飛簷: 하늘로 날아올라갈 듯한 날렵한 처마.
가운駕雲: 구름 위로 올라타다.
금강산 보덕굴은 깎아지른 벼랑 끝에 구리 기둥으로 받쳐. 굴 입구에서 허공으로 내걸린 암자다. 보덕굴 입구 난간에 서니 굴 안쪽에선 한여름인데도 음산한 찬바람이 몰려나온 다. 위태롭게 내려보니 계곡물은 초록을 못 이겨 검은 기운 이 감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산꼭대기 쪽을 올려다본다. 까 마득한 저 높이에 층층의 묏부리들이 아스라이 떠 있다. 시야를 가리는 것은 날렵하게 허공으로 손 내민 처마의 끝자락 이다. 산꼭대기 더 보려고 고개를 비트는데, 웬걸, 한 떼의 구름을 올라타고서 처마가 가마가 되어 둥둥 떠가는 것이 아닌가? 순간 엇찔 하여 눈을 감는다.
-이제현 李齊賢, 1287-1367
이제현(李齊賢)은 원(元) 제국의 힘이 고려를 잠식해가던 시기 고려 왕조의 명맥을 지키기 위하여 헌신한 정치가이다. 동시에 그는 새로운 시대사조로 부상하고 있던 성리학이 고려 지식인 사회로 확산되어 보다 높은 이해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일조한 유학자이기도 하다. 원 내부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고려국왕의 즉위·폐위가 결정되고, 개인의 이득을 위해 고려를 원의 영토로 편입시키려 했던 세력이 활보하던 파행적 상황 속에서 이제현은 중요한 정치적 국면이 나타날 때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고려후기 역사에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었다. 실로 고려후기 역사는 정치·사회·문화 어느 한 분야도 이제현이라는 인물을 배제한 채 서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