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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足/乙支文德

시뜨락 시정(詩庭) 2023. 11. 27. 08:09

<지족(知足)>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기찬 책략은 천문을 뚫고 묘한 계산은 지리 다했네. 싸움에 이겨 공이 높으니 족함을 알아 그만두게나.

*<乙支文德,與隋將于仲文>
고구려 영양왕 살수대첩 당시 고구려 을지문덕장군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시다.
그냥 읽으면 밋밋하나 행간을 알면 그렇지도 않다. 끝 구절은《도덕경(道德經)》44장에 나오는 "족함 알면 욕되잖고, 그침 알면위태롭지않아, 오래갈 수가 있다(知足不 辱,知止不殆,可以長久).”
또 32장에는 "처음 만들어지면 이름 이 있다. 이름이 있고 나면 그칠 줄 알아야 한다. 그침을 알 면 위태롭지 않다(始制有名, 名亦旣有,夫亦將知止,知止所以不 殆)"라고 했다. 그러니까 4구는 "이길 만큼 이겼으니 이제 그 만하시지!  좋게 말할 때 돌아가라"는 말이다.
상대의 부아를 돋우었다.  시를 받 은 우중문은 분기가 탱천했겠지.
이자가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까부는 건가? 지형지물이 익숙지 않고, 도로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도 분기를 못 이겨 행군을 서둘렀다. 보급로를 확보 못해 살수에서 길이 끊겨 손도 못 써보고 유린당해 목숨 겨우 부지해 달아났다.
<정민의 '우리한시 삼백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