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물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청산은 내 뜻이요 녹수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 할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 예어 가는가.
이 두 수 시조에는 한 인걸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정이 담겨있다.
인걸은 누구였을까.
문헌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으나 徐敬德을 말함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황진이가 평생 성인으로 우러러 사모한 인물이 서경덕이었기 때문이라
졸인은 생각도 해본다..
한때 황진이는 속세를 떠나 산수를 즐겼다 한다.
금강, 태백, 지리 등 여러 산을 유람하고 송도로 돌아온 것은
화담이 세상을 뜬 후였다.
그녀는 화담정사의 물가에 나 앉아 "지나가는 것은 물과 같은 것,
밤 낮 없이 멎지 않는다"
"(서자여사逝者如斯)" 라는 논어 말씀을 되 챙겨본다.
생전의 화담을 애도하고 추모한 시조는 "유한한 인생의 한 철학을 담고 있으면서도
說理가 아닌" 정서적인 멋을 느끼게 한다.
남성을 "물"로 여성을 "산"으로 비유한 것도 진이의 機智에 찬 풍류이리라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