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마종기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 서지고아직 믿기지는 않지만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 들리냐바닷바람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물안개 덮인 집이 불을 낮추고 검푸른 바깥이 천천히 밝아왔다 같이 저녁을 맞는 사람아 들리냐우리들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웠다 그 놀라운 처음의 새로움을 기억하 느냐끊어질 듯, 가늘고 가쁜 숨소리 따라피 흘리던 만조의 바다가 신선해졌다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몰랐다거기 누군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멀리까지 마중 나온 바다의 문 열 리고이승을 건너서, 집 없는 추위를 지나서같은 길 걸어가는 사람아 들리냐길....마종기(馬鍾基1939-)출처:카페 '이동활의 음악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