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黻座後障上>
園花紅錦繡 宮柳碧絲綸
원화홍금수 궁류벽사륜
喉舌千般巧 春鶯却勝人
후설천반교 춘앵각승인
<수놓은 자리 뒤 가리개 위에 쓰다>
동산 꽃 붉은 비단 수놓았는데
대궐 버들 실실이 파아랗구나.
재잘재잘 천만 가지 교묘한 소리
봄 꾀꼬리 사람보다 훨씬 낫다네.
불좌黻座: 수를 놓아 장식한 자리, 옥좌,
장障: 가리개,
금수錦繡: 수놓은 비단.
사륜絲綸: 실
후설喉舌: 목구멍과 혀,
천반千般: 여러 가지, 각양각색
승인勝人: 사람보다 낫다.
-꾀꼬리 소리
임금 앉아 계신 옥좌 뒤에 놓은 가리개 그림에 얹은 제화시 (題畫詩)다. 봄 동산은 붉은 꽃에 뒤덮였다. 버들가지에도 물이 파랗게 올라. 붉은 꽃 푸른 실이 울긋불긋 어우러졌다. 삼 원색 한데 모아보자고 이번엔 노오란 꾀꼬리가 버들가지 사이로 고개를 빼끔 내민다. 조잘조잘조잘 쉴 새 없이 떠들어 댄다. 붉은꽃, 푸른실, 노란 꾀꼬리, 봄기운은 임금 계신 옥좌로 부터 쏟아져 나와 꾀꼴꾀꼴꾀꼴꾀꼴 폭포수처럼 퍼져나 간다. 온 천하가 태평춘(太平春)이다.
-김양경 金良鏡?-1235
고려의 학자ㆍ정치가. 후명(後名)은 인경(仁慶), 시호는 정숙(貞肅). 본관은 경주(慶州). 양경은 재주가 뛰어나고 총명하여 예서(隸書)를 잘 쓰고 명종 때 문과에 급제하였다. 고종 초에 조충(趙冲)이 장둥 성[강동성(江東城)]의 거란을 토벌할 때 양경을 판관으로 보냈다. 이때 몽골과 동진(東眞)도 거란을 공격하여 고려에 병량(兵糧)을 청하자 양경이 사신으로 들어가 손오병법(孫吳兵法)을 역이용하여 거란을 물리쳤으며, 그 공으로 추밀원 우승선(樞密院右承宣)이 된 후 문무의 여러 벼슬을 거쳐 중서시랑 평장사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