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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 이정하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1. 19. 21:03

무소유 / 이정하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소유하려고는 하지 마라
그 소유하려고 하는 마음에
고통이 생기나니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서로 사랑을 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
자신의 온기만이라도 전해 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상처만 생긴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멀지도 않고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 않을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네
사랑은 그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있는 것이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가지려고, 소유하려고 하는 데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나무들을 보라 그들도 서로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지 않은가
함께 서 있으나 너무 가깝게 서 있지 않는 것.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그늘을 입히지 않는 것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이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