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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 태주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1. 17. 21:34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 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11월이다.
더 여유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개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時祭 지내려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對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울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슬픔에 손목 잡혀서> 시와 시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