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들녘에 서서...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 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웅덩이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