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推敲)의 유래
가도 와 한유의 인연이 된 詩
제이응유거(题李凝幽居)-가도賈島
<은거하는 이응에게>
閑居隣竝少(한거린병소)
한가로이 머무는데 이웃도 없으니
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
풀숲 오솔길은 적막한 정원으로 드는구나.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새는 못 가 나무 위에서 잠들고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過橋分野色(과교분야색)
다리를 건너니 들 풍경 새롭고
移石動雲根(이석동운근)
떠도는 구름에 마치 돌이 움직이듯
暫去還來此(잠거환래차)
잠시 떠났지만 이곳으로 다시 오리
幽期不負言(유기불부언)
그대와 함께 은거할 날 잊지 않겠네
<퇴고(推敲)의 유래>
가도가 어느 날 당나귀를 타고 이응(李凝)의 집을 찾아 나선 길에 “조숙지변수, 승퇴월하문(鳥宿池邊樹, 僧推月下門 : 산새는 못주변 나무에서 잠을 청하고 스님은 달빛아래 문을 밀고있네)”이라는 두 구절의 시를 지었다. 의식의 경지는 마음에 들었지만 ‘퇴(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敲)’자로 바꿀까 고민했다. 하지만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당나귀 위에서 아무 생각 없이 손으로 밀고 두드리는 ‘퇴고’의 동작을 반복하는데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도가 정신이 번쩍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어떤 조정 대신의 수레와 충돌한 것이었다. 조정 대신은 당대의 저명한 문학가이자 경조윤(京兆尹 : 장관급 벼슬) 자리에 있는 한유(韓愈)였다.
한유의 시종은 가도에게 충돌하게 된 이유를 물었고, 가도는 숨김없이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한유는 꾸짖는 대신 시의 한 글자를 놓고 집착하고 있는 이 요상한 중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한유는 수레를 멈추고 가도와 함께 밀다는 ‘推’자가 나은지 두드린다는 ‘敲’자가 나은지 토론한 끝에 ‘고’자가 더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가도는 ‘퇴’자 대신 ‘고’자를 넣었고, 바로 이 일화에서 ‘퇴고(推敲 : 글을 지을 때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고 다듬다)’라는 유명한 고사가 탄생한 것이다. 가도와 한유의 조우(遭遇)는 동 시대인으로서 좋은 인연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