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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명언 - 황 순원

시뜨락 시정(詩庭) 2025. 8. 14. 01:51

<소나기 명언 - 황 순원>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근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은 머지? 마타리 꽃

돌다리 건너에서 소녀를 보며 건너오지 못하는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지며....

" 바보~!! "
"넌 왜 그렇게 용기가 없니?
좋아한다고 말하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인사도 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왜 말도 못 하고..
일부러 길 막고 있는 것도 알면서 바보처럼 그렇게 보고만 있을 거니?

"왜 빗소리가 이렇듯 좋을까? 그건 비가 주는 감수성에서 사춘기를 보낸 영향이 아닐까요. 장례인들의 말속에서 소년과 소녀의 영원한 이별은 사실화됩니다.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애는 여간 잔망스럽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어느 가을날 한 줄기 소나기처럼 너무나 짧게 끝나버린 소년과 소녀의 안타깝고도 순수한 사랑을 그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53년 영국에서 번역되어 신문에 연재된 적도 있는데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꽤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깊은밤 한숨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희미한 가로등이 깜빡 거리고 적막속에 빗소리만이.....
추억을 더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