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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夜憶舍弟-杜甫

白雲 2024. 6. 28. 22:56

月夜憶舍弟(월야억사제)
-杜甫(두보)

戍鼓斷人行(수고단인행),
邊秋一雁聲(변추일안성).
露從今夜白(노종금야백),
月是故鄉明(월시고향명).
有弟皆分散(유제개분산),
無家問死生(무가문사생).
寄書長不達(기서장불달),
況乃未休兵(황내미휴병).

수루(戍樓)의 북 소리에 인적은 끊어지고
변방 가을 외로운 기러기 소리
이슬은 오늘밤부터 하얘지고
달은 고향에서 보던 밝은 달이라
아우 있어도 다 나뉘어 흩어지고
생사를 물을 집조차 없구나
편지를 부쳐도 늘 닿지 못했는데
하물며 병란(兵亂)이 아직 그치지 않고 있음에랴


[通釋] 수루(戍樓) 위의 시간을 알리는 경고(更鼓)가 울리자 길에는 사람의 자취가 사라졌고, 적막한 가을 하늘엔 한 마리 외로운 기러기가 슬프게 울며 지나간다. 오늘은 이슬이 하얗게 내리기 시작하는 백로절(白露節)이고, 지금 보이는 저 달은 밝게 빛나던 고향의 그 달이다. 동생들은 다들 뿔뿔이 흩어져 집을 떠나 있으니 생사를 물을 곳이 없다. 평상시에도 편지를 부치면 잘 가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데, 하물며 아직도 전란이 끝나지 않았으니 어떻게 소식을 알 수 있겠는가.

[解題] 이 시는 두보(杜甫)가 건원(乾元) 2년(759) 가을밤 진주(秦州:지금의 甘肅省 天水縣)에서 쓴 시이다. 이해 7월 두보는 관중(關中)의 기황(饑荒)으로 인하여 관직을 버리고 화주(華州)에서 진주(秦州)로 갔다. 당시 사사명(史思明)은 안광서(安廣緖)를 죽이고, 군대를 이끌고 범양(范陽)으로 돌아와 9월에 다시 낙양(洛陽)을 공격하여 함락시켰으며, 이 때문에 산동(山東) 하남(河南) 일대는 전란의 와중에 있었다. 두보는 진주에서 이 시를 쓰고 그해 12월 성도(成都)로 갔다는 기록이 있다.

1·2구는 병란(兵亂) 후의 황량함을 묘사하였다. 깊은 가을 변방에서 기러기 소리를 듣는다 했으니, 이는 사경(寫景)이면서 동시에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기탁한 것이기도 하다. 3·4구는 백로(白露)에 밝은 달을 묘사하면서 고향의 달빛을 떠올렸다. 날이 추워지면서 더해지는 동생에 대한 염려와 그리움, 타지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동시에 나타내는 구절이라 할 수 있다. 1구부터 4구까지는 동생에 대한 설명이 표면에 드러나 있지 않지만, ‘안(雁)’, ‘月是故鄕明(월시고향명)’ 등의 복선을 깔아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형제들이 흩어져 생사가 불분명하고 고향집도 없어졌지만, 편지를 부친다 해도 너무 먼데다 전란(戰亂) 중이라 닿을 길이 없다. 마지막 구인 ‘況乃未休兵(황내미휴병)’은 시인의 침통한 심정과 깊은 탄식이 느껴진다. 개인적인 슬픔과 국가적인 비운(悲運)을 함께 쓰는 두보 시의 특징적인 한 국면을 이 시에서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