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도 달도 나도 간다-최 명운>
어젯밤에 하늘을 바라다봤다
이미 단풍으로 물든 산하
해와 달이 머물다 간 곳
차분한 밤하늘 저 달
스산하지만 백야의 구름사이로
잘도 흐른다
아아, 보이는구나 세월의 흐름
저 달빛 아래 묵묵한 산줄기
수천 번 밤과 낮을 견디며
떠나간 모든 것들을 기억할까
아니, 그저 말없이 받아들일까
해가 지고 다시 해가 뜨는
정해진 궤도 따라 걸었을 뿐
붉게 물든 잎새 마지막 숨결도
바람결에 실려 이제 내려앉는다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여정
나 또한 그리 가야 할 길이기에
이 밤, 홀로 고요히 깨달으니
해도 달도 미련없이 저리 가거늘
어찌 나 홀로 머뭇거릴 수 있으랴
다시 밝아올 내일을 기약하며
차분히 이 밤을 보내노라
아니 다시 돌아오겠지만
조용히 마음 속 영상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