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碧樓 (부벽루)
- 부벽루에서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城空一片月 (성공일편월)
石老雲千秋 (석노운천추)
麟馬去不返 (린마거불반)
天孫何處遊 (천손하처유)
長嘯倚風磴 (장소의풍등)
山靑江自流 (산청강자류)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빈 성 하늘엔 달 한 조각
오래된 조천석 위 천년의 구름
임금 탄 기린마는 한번 떠나 돌아오지 않고
손은 지금 어느 곳에 놀고 있는가
길게 휘파람 불며 바람 부는 비탈에 서니
산 푸르고 강물 절로 흐르네
-고려말의 시인 목은 이색(牧隱 李穡, 1328~1396)이 지은 이 시는 이 땅에서 지어진 한시 중에서 으뜸이라 꼽는 이도 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지은 아홉 개의 절 중에 하나라는 영명사를 지나던 시인은 문득 그 동쪽에 있는 부벽루에 들른다.
하늘을 나는 말인 기린마는 고구려 동명성왕의 애마 . 그는 이 말을 타고서 기린굴로 들어갔는데 그때 조천석이란 바위가 튀어나왔다. 이 바위는 상제(上帝)에게 아침 보고를 드리러갈 때 깔고앉던 방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궁궐에 기린마를 세우면, 자동으로 돌방석이 나와 하늘의 신하들을 태워 상제 무릎 아래로 이동시키는 구조다.
동명성왕에 붙은 성왕(聖王)은 하늘과 통하는 왕이라는 뜻이다. 그는 해모수의 아들이며 하늘의 자손이다. 천손(天孫)은 어느 곳에서 놀고 계시는가.
목은 이색은 하늘의 뜻을 알고 세상에 바른 정치를 행하던 리더가 그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