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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黍離)-시경왕풍(王風)1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0. 15. 00:48

서리(黍離)-시경왕풍(王風)
왕나라의 노래 [王風]
왕풍은 주나라 평왕(平王)이 낙읍(洛邑)으로 동천한 후에 왕성(王城) 기내(畿內)에서 부른 민요이다. 동주(東周) 초기의 노래가 많다.

폐허가 된 호경의 모습

彼黍離離 彼稷之苗 피서리리 피직지묘
行邁靡靡 中心搖搖 행매미미 중심요요
知我者 謂我心憂 지아자 위아심우
不知我者 謂我何求 부지아자 위아하구
悠悠蒼天 此何人哉 유유창천 차하인재

彼黍離離 彼稷之穗 피서리리 피직지수
行邁靡靡 中心如醉 행매미미 중심여취
知我者 謂我心憂 지아자 위아심우
不知我者 謂我何求 부지아자 위아하구
悠悠蒼天 此何人哉 유유창천 차하인재

彼黍離離 彼稷之實 피서리리 피직지실
行邁靡靡 中心如噎 행매미미 중심여열
知我者 謂我心憂 지아자 위아심우
不知我者 謂我何求 부지아자 위아하구
悠悠蒼天 此何人哉 유유창천 차하인재

-풀이
저 기장은 무성하고 저 피는 싹이 텄네
걸음은 느릿느릿하고 속 마음은 흔들리네
나를 아는 이는 내 마음이 우울하다 하고
나를 모르는 이는 내가 무엇을 찾는가 하네
아득한 푸른 하늘! 이는 누구입니까?

저 기장은 무성하고 저 피는 이삭이 돋네
걸음은 느릿느릿하고 속 마음은 취한 듯 하네
나를 아는 이는 내 마음이 우울하다 하고
나를 모르는 이는 내가 무엇을 찾는가 하네
아득한 푸른 하늘! 이는 누구입니까?

저 기장은 무성하고 저 피는 열매가 여무네
걸음은 느릿느릿하고 속 마음은 북받쳐 엉기네
나를 아는 이는 내 마음이 우울하다 하고
나를 모르는 이는 내가 무엇을 찾는가 하네
아득한 푸른 하늘! 이는 누구입니까?

黍(서) : 기장, 稷(직) : 피
黍稷(서직)은 찰기장과 메기장으로 제사 때 썼다
離離(리리) : 무성하다, 울창하다 아래로 늘어지다.<詩集傳>
苗(묘) : 모, 싹
行邁(행매) : 왕래하다. 오가다.
靡靡(미미) : 느릿느릿 걷는 모양
中心(중심) : 속 마음, 中心
搖搖(요요) : 심신이 흔들리다. 건들건들, 흔들흔들
悠悠(유유) : 아득하다
何人(하인) : 누구
穗(수) : 이삭
噎(열) : 목이 메다, 감정이 북받쳐 목에 엉기다

-<모시서>는 주나라 대부가 주나라 본거지로 행역을 나가 궁의 종묘를 돌아보니 기장과 피가 자라고 있어 왕실이 전복에 안타까워하며 이 시를 지은 것이라 한다.

송대 주희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피의 이삭이 술에 취함처럼 늘어져 있어 시흥이 일었고 피의 열매가 마음을 답답하게 하여 시흥을 불렀다 했다
“稷穗下垂如心之醉 所以起興, 稷之實 如心之噎 故以起興” <詩集傳>

주나라 유왕(幽王)은 申나라 강(姜)씨를 얻어 의구(宜臼)를 낳았다.
그러다 포사(褒姒)에 빠져 백복(伯服)을 낳자 강씨와 의구를 쫓아냈다.
강씨의 아버지 신후(申候)는 서쪽 견융(犬戎)으로 하여 무왕이래 도읍인 종주(宗周) 호경(鎬京)을 공격하게 하였고 유왕은 희(戱)땅에서 죽었다. 진문공(晋文公)과 정무공(鄭武公)이 의구를 신나라에서 모셔와 세우니 그가 평왕(平王)이다.
평왕 재위 50년이 춘추시대의 시작이다. 제후의 도움으로 왕에 올라 위엄도 떨어진데다 견융의 침입에 시달리고 끝내 낙읍(洛邑)으로 도읍을 옮겼다.

평왕을 이어 환왕(桓王,재위BC719-697)과 장왕(莊王,재위BC696-680)이 올랐다.
이 3대에 걸친 시기의 시를 모은 것이 <王風>이다. <周風>이라 하기에는 왕실의 위엄을 잃어가는 시기의 노래고 존중하고자 하는 뜻이 섞여 10편의 노래를 <王風>이라 한 것이다.

*다른 풀이
기장
저 기장 이삭이 더부룩하고 저 피도 새싹이 돋아났네 차마 길 가지 못 하고 마음 또한 둘 곳이 없네 나를 아는 사람이야 마음이 서글퍼 서라지만 날 모르는 사람이야 무언가 찾으려는 줄 아네 아득하고 아득 하늘이여 이렇게 만든 사람 누구인가요

저 기장 이삭이 더부룩하고 저 피도 이삭이 패어 있네 차마 길 가지 못 하고 취한 듯 이리저리 비틀거리네 나를 아는 사람이야 마음 서글퍼서라지만 날 모르는 사람이야 무언가 찾으려는 줄 아네 아득하고 아득한 하늘이여 이렇게 만든 사람 누구인가요

저 기장 이삭이 더부룩하고 저 피도 이삭이 영글었다네 차마 길 가지 못 하고 가슴이 목매인 듯 답답해 하네 나를 아는 사람이야 마음이 서글퍼서라지만 날 모르는 사람이야 무언가 찾으려는 줄 아네 아득하고 아득 한 하늘이여 이렇게 만든 사람 누구인가요

주나라 평왕 때 낙읍으로 도읍을 옮겼다. 그 뒤 나라의 관리들이 주나라의 옛 서울인 호경을 보니 지난날의 종묘와 궁궐이 다 없어지고 그 자리엔 기장이나 피같은 풀싹만이 무성하게 자랐다. 슬프고 아픈 과거의 역사에 어쩔 줄 모르고 하늘에다 안타까운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