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寒菊-鄭思肖

뜨락 시정(詩庭) 2024. 11. 10. 22:25

鄭思肖(정사초)詩....寒菊(한국)

花開不竝百花叢  獨立疏籬趣未窮
(화개불병백화총 독립소리취미궁)
寧可枝頭抱香死  何曾吹落北風中
(영가지두포향사 하증취락북풍중)

꽃을 피워도 여느 꽃과 섞이지 않고
성긴 울아래 홀로 선 그 자태 의연하구나
차라리 가지 끝에 향을 끌어안고 죽어 갈지언정
어찌 북풍속에 날려 떨어지겠는가!

*위 시는 송말원초의 시인이자 화가인 정사초(鄭思肖,1241~1318)가 국화를 그리고 적은 제시이다. 송왕조가 이민족인 원에 망하자 나라 잃은 백성의 울분을 시화로 표출한 것이다.
뭇 꽃들이 진, 낙목한천에 홀로 피어...
시들더라도 꽃이 떨어지지 않고 의연히 가지에 붙어 있으면서 향을 끌어안고 죽어가는....

"어떤 놈이 흙을 훔쳐갔다는 것을 그대는 아직도 모르는가?"

"흙도 뿌리도 그리지 않고 잎과 꽃만 그렸으니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떤 이의 이 물음에 정사초가 버럭 목소리를 높인 되물음이다.
"아니, 어떤 놈이 흙을 다 훔쳐갔다는 것을 그대는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호통이었다. 이 호통 속에는 원元에 나라를 내어준 송宋의 유민으로서의 애절하고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녹아 있다. 나라가 망하자 그는 자기 이름까지 '사초思肖'로 바꾸었다. '초肖'는 '조趙'의 오른편을 취한 글자이다. 조씨가 세운 자기 조국 송宋을 그리워한다는 의미이다. 송을 세운 황제가 바로 '조광윤趙匡胤' 아닌가.

정사초가 그린 묵란, 오른쪽 제시를 우리말로 옮기면 '언제나 고개 숙여 희황에게 묻노니/그대는 어드메 있다가 여기 왔는고/아직 그리기 전에 코를 벌리니/옛날 그 향기 온누리에 가득하구려', 이러하다. 희황은 아득한 옛적 복희씨를 가리키지만 이 시에서는 예스럽고 우아한 묵란을 이른다. 제시 끝에 보이는'소남所南'은 정사초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