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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길)-시/도종환

시뜨락 시정(詩庭) 2025. 9. 16. 06:00

가을 산길)-시/도종환

구절초 빛깔도 곱게 피어 있었는데
멈칫멈칫하다가 거기 두고 왔네

코스모스 줄지어 여린 손 흔드는데
발을 멈추려다 그냥 지나쳐 왔네

그냥 두고 가라고 저녁 바람이 일러주었네
혼자 고개를 넘다 몇번 뒤돌아보았네

이렇게 혼자 고개를 넘는 거라고
좋은 것들도 다 거기 두고 가는 거라고

가져갈 게 많지 않다는 걸 알지 않느냐고
가을이 가까이 와 가만가만 일러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