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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지지(老馬之智)

시뜨락 시정(詩庭) 2025. 3. 27. 10:48

고사성어 노마지지(老馬之智)

‘노마지지(老馬之智)’라 함은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이다. 즉 ‘경험이 풍부하고 숙달된 지혜’라는 의미가 되며. 또한 ‘하찮은 사람일지라도 나름대로의 경험과 지혜가 있음’을 비유한 말이기도 하다.

노마지지(老馬之智)는 한비자(韓非子)의 설림편(說林篇)에 그 내용을 볼 수 있다.

제(齊)나라의 명재상인 관중(管仲)과 습붕(濕朋) 두 사람은 환공(桓公)을 따라 고죽국(孤竹國)이라는 작은 나라를 정벌했다. 그런데 갈 때는 봄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겨울이 되어, 춥고 눈이 많이 내려 산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이때 관중이 “늙은 말은 원래 지나온 길을 알고 있으므로, 늙은 말의 지혜가 도움이 된다.(老馬之智可用也:노마지지가용야)”라고 말하고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갔다. 과연 그 늙은 말은 잠시 헤매다 본래의 길을 찾아 많은 군사들이 추위의 사선(死線)에서 무사히 귀국(歸國)할 수 있었다.
또 산중(山中)을 진군하고 있을 때, 물이 떨어져 병사들의 목이 말랐다.
그러자 습봉(濕朋)이 “개미는 겨울이면 산 남쪽에서 살고, 여름철이면 산 북쪽에 사는 법이다, 개미집의 높이가 한 자라면 그 지하 여덟 자를 파면 물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개미집을 찾아 그 아래를 팠더니 과연 물을 구할 수가 있었다.

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관중과 같은 현명한 사람이나 습봉과 같은 지혜 있는 사람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늙은 말이나 개미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성현의 지혜를 배우려고 하지 않으니 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삶의 경륜(徑輪)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물론 노인이 되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고집스러워지며, 자신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그 대신 기억력(記憶力)을 빼앗는 자리에 통찰력(洞察力)이 자리를 잡게 된다. 따라서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잘 활용하면 가정(家庭)과 사회(社會) 나아가 국가(國家)까지도 발전할 수 있다.

노마지지에서 늙은 말이 산길을 제대로 찾은 것은, 말의 본능(本能)과 많이 다녀 본 경험(經驗)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 경험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나이가 지긋하여 인생의 쓴맛과 단 맛을 다 본 사람만이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가 있다. 자식을 낳아서 키워 본 사람만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틋한 사랑을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리스 격언에도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삶의 경륜(徑輪)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아침 해가 찬란하고 장엄하지만,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 지는 석양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
그래서 옛 시인은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다”라고 읊었다. 이를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