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來是空言去絶蹤-李商隱

뜨락 시정(詩庭) 2025. 1. 7. 04:27

無題二首之一〈무제 두 수 중 첫 번째 시〉-李商隱(이상은)
<來是空言去絶蹤>

來是空言去絶蹤(내시공언거절종),
月斜樓上五更鐘(월사루상오경종).
夢爲遠別啼難喚(몽위원별제난환),
書被催成墨未濃(서피최성묵미농).
蠟照半籠金翡翠(납조반롱금비취),
麝熏微度繡芙蓉(사훈미도수부용).
劉郎已恨蓬山遠(유랑이한봉산원),
更隔蓬山一萬重(갱격봉산일만중).

다시 온다는 빈말을 남긴 뒤 발길을 끊으시니
달 기운 누대 위에서 오경의 종소리 듣는다
꿈속에서 멀리 떠나보낼 때 우느라 불러보지도 못했건만
편지도 급히 서둘러서 먹빛도 진하지 못하구나
촛불은 금비취 휘장에 반쯤 가려져 있는데
사향은 연꽃 휘장 너머로 은은히 스며온다
유랑(劉郎)은 봉래산이 멀다고 한탄했지만
봉래산 보다 만 겹 멀리 떨어져있네

[通釋] 꿈속에서 만난 그대가 떠날 때 다시 온다는 빈말을 남긴 뒤 발길을 끊고 다시 오시지 않는다. 꿈에서 깨어 달이 비스듬히 비치는 누대 위에서 밤새도록 그대를 기다리다 새벽을 알리는 오경의 종소리를 듣는다. 꿈속에서 그대가 멀리 떠난다며 이별을 고할 때는 눈물만 흘리며 다시 불러보지 못하였건만, 꿈에서 깨어나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여 급한 마음으로 편지를 쓰자니 먹물도 제대로 짙어지지 않은 채였다. 금색 실로 수놓은 비취새 휘장에 반쯤 가린 촛불이 아스라이 빛나고, 부용꽃이 수놓인 휘장을 넘어 은은히 사향 향기가 스며오는 밤이면 더없이 그대 생각이 떠오른다. 유랑(劉郎)은 봉래산이 멀리 있다고 한탄하였지만, 다시 봉래산을 만 겹의 산이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