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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지는 들길에서-김용택

시뜨락 시정(詩庭) 2025. 9. 10. 03:55

해 지는 들길에서-김용택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그늘도 묻히면
길가의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듭니다

내 안의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춥지 않아도 되니
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지금 이대로
이 길을 한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송이로
서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