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보는 밤-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 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 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 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 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 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 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 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