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겨울 산길에서

白雲 2024. 1. 9. 13:35

겨울 산길에서-이해인

추억의 껍질 흩어진 겨울 산길에
촘촘히 들어앉은 은빛 바람이
피리 불고 있었네

새소리 묻은 솔잎 향기 사이로
수없이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았네

시린 두 손으로 햇볕을 끌어내려
새봄의 속옷을 짜는 겨울의 지혜

찢어진 나목(裸木)의 가슴 한켠을
살짝 엿보다
무심코 잃어버린 오래전의 나를 찾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