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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야 (月夜)-신경림

시뜨락 시정(詩庭) 2025. 8. 12. 04:46

<월야 (月夜)-신경림>
달빛은 아름답고 고운 것들만 골라
강변과 들판과 강기슭에 늘어놓고

나는 달빛이 감춘
더럽고 추한 것들만 찾아 다니다가
그 그늘에 늘어놓고

달빛은
추하고 더러운 것들을 자꾸만 지우고
나는 그것들을 자꾸만 늘어놓고

달빛은 부드럽고 애틋한 소리만 골라
강변과 들판과 강기슭에 가득 채우고
나는 사납고 음산한 소리만 찾아
그곳을 떠돌게 하고

달빛은 강변에 내려와
스스로 아름답고 고운 것이 되고
나는 달려가 굳이 추하고 음산한 것이 되고

마침내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 어우러져
달빛과 내가 하나로 어우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