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대한 명상 - 한강
새를 잠들게 하려고
새장에 헝겊을 씌운다고 했다
검거나 짙은 회색의 헝겊을
(밤 대신 얇은 헝겊을)
밤 속에 하얀 가슴털이 자란다고 했다
솜처럼 부푼다고 했다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
기다린다고 했다
횃대에 발을 오그리고
어둠 속에서 꼿꼿이
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꿈 없이 암전
기억해, 제 때 헝겊을 벗기는 걸
(눈뜨고 싶었는지도 모르니까,)
*계간 《문학과사회》 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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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1970년 광주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에 시 당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당선.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