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至ᄉᄃᆞᆯ 기나긴 밤을 / 황진이
冬至ᄉ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내여
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 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현대시로 풀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베어내어
봄바람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우리 임 오신 밤에는 굽이굽이 펴리라
이 시조는 조선시대 최고의 걸작이라 평가받을 만한 작품이다.
《청구영언》에 실려 있는 황진이의 이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으로
구성된 평시조 형태를 통해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절절히 담아내고 있다.
동짓달은 밤이 가장 길다. 이 긴 밤의 한 허리를 베어낸다는 표현은 참으로 놀랍다.
그렇게 베어낸 밤을 봄바람 이불 아래 서리서리 감아 넣어두었다가,
사랑하는 임이 오는 밤에 굽이굽이 펼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노래한다.
임이 없는 밤은 외롭고 쓸쓸하여 동짓달의 밤처럼 길게 느껴지지만,
사랑하는 임과 함께한 시간은 그저 짧게만 느껴진다.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 사랑하는 이를 위한 깊은 배려와 정성이 이 작품에 담겨 있다.
황진이는 밤과 봄바람을 자신의 이불 안으로 초대해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 놀라운 상상력과 정서는 현대 시조에서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절창이라 할 수 있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