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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의 花蟲翎毛畵

시뜨락 시정(詩庭) 2025. 7. 8. 14:32

자위부과도 刺蝟負瓜圖

자위부과도 刺蝟負瓜圖 정선 조선, 18세기 종이에 채색 28.0 × 20.0 cm 간송미술문화재단

이 그림은 오이밭에서 고슴도치가 먹음직스런 오이 하나를 따서 짊어지고 달아나는 정경을 묘사한 작품이다. 밤송이처럼 사나운 가시로 뒤덮인 고슴도치가 거의 제 몸통 비슷한 크기의 오이를 등가시로 찔러 메고 있는 힘을 다해 힘겹게 오이 덩굴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얼마나 힘든지 두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힘차게 뻗어 나간 오이 덩굴은 허공을 향해 솟구쳤는데, 밑으로부터 잎새와 오이가 차례로 커나가고 있다. 뿌리 부근에는 개미취 [紫菀] 한 포기가 자라나서 남색 꽃을 피웠고, 바랭이인지 강아지풀인지 모를 잡초가 난초 잎새처럼 군데군데 솟구쳐서, 넓은 오이 잎새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이 꼭지 부분이나 오이 잎새 밑 부분 및 잎맥에 하엽녹(荷葉綠)을 짙게 써서 사실성을 강조한 것은 화리(畵理)에 통달한 사실을 보여 주는 노련한 기법이다.

초전용서도 草田舂黍圖

초전용서도 草田舂黍圖 정선 조선, 18세기 종이에 채색 28.0 × 20.0 cm 간송미술문화재단

초가을 풀밭의 방아깨비를 그린 그림이다. 방아깨비는 한자로 '용서(舂黍)'라고 하는데, 이는 '기장을 방아 찧는다'는 말이며, 방아깨비의 뒷다리 끝을 손으로 잡으면 방아처럼 끄덕거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알을 싣기 위해 자줏빛으로 붉어진 배통을 가진 다 자란 암컷 방아깨비가 풀밭에서 어디로 날아갈까 망설이고 있는 모습으로, 수컷을 유인하는 몸동작이기도 하리라. 정선은 방아깨비의 작은 앞발 두 쌍과 큰 뒷발 한 쌍을 잔 터럭까지 모두 표현하고, 시맥(翅脈)이 선명한 날개와 살아있는 두 눈, 움직이는 듯한 더듬이를 정확하게 사생해 놓았다. 생물도감용 삽도로도 손색이 없겠지만, 생동감이 넘쳐나서 회화미가 화면을 압도한다. 오른쪽 아래 지면은 뱀딸기와 바랭이풀로 장식했으나 벌써 단풍색이 물들어 가고 있다. 강아지풀의 자줏빛 덧칠과 초록이 영글어 하엽(荷葉)색이 된 오이풀의 설채(設彩)에서 겸재 정선의 노련미를 감지할 수 있는 70대를 전후한 시기의 작품으로 보인다.

송림한선도 松林寒蟬圖

송림한선도 松林寒蟬圖 정선 조선, 18세기 비단에 수묵담채 29.9 × 21.6 cm 간송미술문화재단

'한선(寒蟬)'은 '가을 매미'를 뜻하는데, 중국 진(晉)나라의 문사(文士)였던 육운(陸雲, 262-303)은 「한선부(寒蟬)」에서 매미가 '문(文)', '맑음(淸)', '청렴(廉)', '검소(儉)', '믿음(信)'의 오덕(五德)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매미는 많은 문인묵객 (文人墨客)들의 시화(詩畵) 소재로 사랑받았다. 정선은 평생 화도 수련을 성실히 한 노화가의 필력으로 소나무 가지와 솔잎을 그리고, 그 가운데 매미 한 마리를 그렸다. 매미의 묘사는 어느 부분 하나 소홀함이 없는데, 특히 커다란 투명 앞날개 안에 작은 뒷날개의 모습까지 분명히 그려 넣어 뛰어난 관찰력을 보여 주었다. 향긋한 솔향과 맑은 매미 울음소리가 가을바람에 실려와 코와 귀를 부드럽게 건드릴 것 같은 청아(清雅)하고 운치 있는 작품이다.

요화하마도 蓼花蝦蟆圖

요화하마도 蓼花蝦蟆圖 정선 조선, 18세기 비단에 채색 29.5×22.0 cm 국립중앙박물관

한여름 어느 날 여뀌 풀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다 무엇인가 발견한 듯 집중해서 관찰하고 있는 개구리의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된 작품이다. 이 그림은 조선 후기 서화수집가로 잘 알려진 석농 김광국(石農金光國,1727-1797)이 펴낸 『화원별집(畵苑別集)」에 수록되어 있다. 정선은 생전에 산수, 인물화 외에도 이 그림과 같이 개구리와 여뀌를 함께 그린 그림을 다수 남겼다. 여뀌를 나타내는 한자인 '료(蓼)'는 마친다는 의미인 '료(了)'와 같아 학업을 마치는 의미가 있으며, 개구리는 펄쩍 뛰어오르는 모양이 입신양명(立身揚名)으로 해석되어 문인들 사이에서 많이 그려졌던 주제였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분위기가 돋보이면서도 정선 특유의 사생적인 필치와 공간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람쥐

다람쥐 겸현신품첩 정선 조선, 18세기 비단에 수묵담채 16.5×16.0 cm 서울대학교박물관

정선은 17세기 이후 조선에 유입된 화보(畵譜)인 「고씨화보(顧氏畵譜)」에 수록된 도성(成)이 그린 다람쥐 그림을 참고하였다. 그러나 정선은 화보를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두 눈으로 관찰한 다람쥐의 모습을 더하여 완성하였다. 그 결과 이 그림에는 화보를 통해 습득한 구도에 정선의 관찰력이 더해져 소나무 위에서 줄무늬가 있는 다람쥐가 솔방울을 쥐고 있는 생생한 장면이 담기게 되었다. 더 나아가 정선은 소나무 줄기를 뒤덮고 있는 거친 나무껍질을 짙은 먹과 거친 붓질로, 다람쥐의 부드러운 털의 질감을 옅은 먹과 부드러운 붓질로 표현하여 그 질감이 극적으로 대비되게 하였다. 정선이 공부한 화보의 영향과 함께 몸소 대상에 다가가 세심하게 관찰한 경험이 모두 반영된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