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영모첩 花卉翎毛帖
정선 조선, 18세기 비단에 채색 8폭 각 30.5×20.8 cm 간송미술문화재단

조선시대 회화에서 '화훼영모'라는 화목(畵目)은 대체로 화원 화가, 즉 직업 화가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었다. 이는 꽃과 동물 그림은 공간을 장식하고 기복적인 의미를 지니는 대상이기 때문에 학문을 공부하는 문인들에게는 적합한 주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이르면서 많은 문인화가들은 과거 사소하다고 여겨져 왔던 주변 사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이를 그림의 소재로 끌어들였다. 그 결과 조선 후기에 활동한 많은 문인화가들이 제작한 다수의 화훼영모화가 현전(現傳)하고 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알려진 정선 역시 적지 않은 수의 화훼영모화를 남겼다. 군자를 상징하는 소나무부터 시작하여, 이 화첩에 나오는 다양한 꽃과 동물 곤충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이 현재까지 전하고 있다. 사실 정선은 산수화, 그 중에서도 진경산수화를 그렸던 화가이기 때문에 일견 공통점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대상의 고유한 특징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화훼영모화에 있어서도 정선이 작품을 제작하는 태도가 동일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화첩은 총 8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폭은 전체 배경을 거의 생략한 채 주제를 중심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윤곽선이 없는 몰골법(沒骨法)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당시 제작된 여러 화훼영모화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표현법이다. 채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점이나 대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정선의 탁월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화첩으로 되어 있고 크지 않지만 정선 화조영모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