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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의 지역명승3-구학첩(단양명소)

시뜨락 시정(詩庭) 2025. 6. 30. 19:48

구학첩(단양명소)

구학첩 정선 조선, 1738년 종이에 수묵담채 34.5×29.0 cm, 33.3×29.0cm, 35.8×33.3 cm (그림) 삼성문화재단

삼도담 三島潭
                           봉서정 鳳棲亭
하선암 下仙巖

발문

<삼도담 발문>
余今老矣不可復遠遊而海秋風起 尙欲携一鐵達扁舟候月於三島潭中更欲携鄭元伯畵 張弼文詩 左右叫奇揮墨淋漓也老子於此無乃太廢想耶
나는 이제 늙었다. 다시 멀리 유람을 떠날 수는 없다.
그러나 매양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면 아직도 쇠피리 불며, 삼도담 가운데서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달이 뜨기를 기다리고 싶다. 거기에 정 원백의 그림과 장 필문의 시. 좌우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과 필묵을 휘두르는 사람이 더하여지면 좋겠다. 늙은이가 이렇게 하고 싶어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상상일까? (이병연)

三島太購小 前山太高大元伯失意筆也
삼도는 너무 작고, 앞산은 너무 높고 크다. 원백의 실의필이다. (조영석)

<봉서정 발문>
秋來願作鳳栖亭主人把一觸吟一詩暇則使老妓 設吾舅氏洪公遺事數月面還足矣卷中留墨既為生客
가을이 오면 봉서정 주인이 되어 술 한 잔에 시한 수 읊어볼까. 겨를이 생기면 노기(老妓)로부터 우리 외삼촌 홍공에 대한 얘기도 들으며 몇 달 쉬다 돌아오면 만족스럽겠네. 화첩에 글을 쓰자니 벌써 그렇게 된 것 같구나. (이병연)

<하선암 발문>
由此而入又有中船巖上船巖 清流白石意進愈佳 今觀元伯筆意欲尋源而不得竟招悵而空歸
여기로부터 들어가면 중선암과 상선암이 있다. 맑은 물 흰돌이 들어갈수록 더욱 좋다. 지금 정선의 필의를 보니, 근원을 찾아가려다가 끝까지 가지 못하고 결국 쓸쓸한 마음으로 돌아온 것 같구나. (이병연)

雖大不及真境 獨筆力荒率 有書卷氣耳
비록 실제 경치와는 다르나 필력만은 거침없는 가운데 진솔하며 서권기(書卷氣)가 있다. (조영석)

*정선은 지역의 명승지를 소재로 한 화첩도 다수 남겼다. 특히 이 그림들은 조영석의 문집에 나왔던 화첩 중 일부로 추정된다. 현재 남아 있는 작품은 총 3점으로, 모두 단양의 명승지가 주제이다. 작품마다 이병연의 제발이 있으며, <삼도담(三島潭)>과 <하선암(下船巖)>에는 조영석의 평(評)이 있다. 이병연은 각각의 작품에 대해 칭찬과 감상을 썼으나, 조영석의 경우 (하선암)에 대해서는 "필력이 거침없다"라 칭찬하면서도, <삼도담>에 대해서는 세 섬이 너무 작고 뒤에 있는 산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겸재의 심의필(失意筆)"이라 혹평을 내놓기도 하였다. 크기는 작지만 정선의 예술적 동반자들이 함께 등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