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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牧丹) 詩 二首

시뜨락 시정(詩庭) 2025. 6. 6. 03:17

<春後牧丹>  
봄 지난 뒤의 모란


申叔舟 (신숙주) 詩

春風桃李逐飛塵
濃艶依依帶露新
不與衆芳爭早晚
終然富貴保餘春

복사꽃 오얏꽃 봄바람에 흩날린 다음
늘어진 화사한 가지 이슬 머금어 새롭네
뭇 꽃들과 이르고 늦음 다투지 않더니
끝내 남은 봄의 부귀 독차지하는구나

成三問 (성삼문) 詩

古人稱富貴
擧世號風流
脫身桃李地
物議花應羞

옛사람은 부귀라고 일컬었고
지금은 온세상이 풍류라고 부르노라
몸은 '도리'의 경지를 벗어났으니
분분한 물의는 꽃이 부끄러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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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을 보는 관점이 성삼문은 풍류를 표상한다고 한 반면 신숙주는 이슬 맺힌 농염한 자태를 보고 부귀를 누리는  사람을 연상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 사람은 꽃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이 쓸데 없는 정도가 아니라 꽃이 부끄러워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늦봄에 홀로 피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니 부귀를 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시인의 이름을 가리더라도 전자는 매우 감각적이면서도 현세의 복락을 추구하는 사람인 반면, 후자는 윤리준법정신이 강하고 도덕관념이 투철한 사람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아닌게 아니라 전자는 실력을 갖춘 수양대군이 왕위를 잇고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야 한다며 그를 지지했다. 그러나 후자는 나이는 어리지만 문종 임금의 장자인 단종이 당연히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며 목숨을 걸고 단종 복위를 도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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