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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시내-송익필 宋翼弼

시뜨락 시정(詩庭) 2026. 3. 14. 19:26

남쪽 시내-송익필 宋麗弼
<남쪽 시내에 저물녘에 배 띄우고南溪暮泛>

꽃에 취해 돌아감 늦어만지고 달 기다려 여울을 더디 내려가네.
취중에도 낚시는 드리우나니 배는 옮겨가도 꿈은 그대롤세.

迷花歸棹晚 待月下灘遲
미화귀도만 대월하탄지
醉裏猶垂釣 舟移夢不移
취리유수조 주이몽불이

미화迷花: 꽃에 흘리다.
귀도歸棹: 집으로 돌아가려 젓는 노,
하탄下灘: 여울물을 내려가다.
지遲: 더디다. 늦다.
취리醉裏: 취중.
이移: 옮겨 가다.

남쪽 시내에 배를 띄웠다. 시내 양편으로 꽃 잔치가 한창이다. 여기저기 기웃대느라 돌아갈 생각 잊고 늑장을 부린다. 어느새 날은 저물었다. 배를 돌려 여울을 따라 내려온다. 해 는 지고 달은 아직 돋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달이 뜨겠지. 낮엔 꽃구경, 밤엔 달구경. 잠시 후 펼쳐질 흐뭇한 광경에 내려가는 속도를 자꾸 늦추게 한다. 꽃에 취한 술기운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 낚싯대도 여전히 드리웠다. 노를 늦춰도 배 는 속절없이 흘러내려 간다. 꾸벅꾸벅 조는 꿈속에서 나는 여전히 꽃그늘 아래 있다. 봄날이 참 거나하다.

송익필 宋翼麗, 1534-1599
선조대의 서인 학자. 신분이 미천하였으나 유복한 환경에서 교육받아 서인의 대표적 명사가 되었고, 학문적 역량과 기개가 뛰어나 많은 문인들을 두었으나 신분 문제에 걸려 불우하게 살다 죽었다. 서인의 막후 실력자로서 동서 당쟁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