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풍(곡풍谷風)

習習谷風 以陰以雨 습습곡풍 이음이우
黽勉同心 不宜有怒 민면동심 불의유노
采葑采菲 無以下體 채봉채비 무이하체
德音莫違 及以同死 덕음막위 급이동사
行道遲遲 中心有違 행도지지 중심유위
不遠伊邇 薄送我畿 불원이이 박송아기
誰謂荼苦 其甘如薺 수위도고 기감여제
宴爾新昏 如兄如弟 연이신혼 여형여제
涇以渭濁 湜湜其沚 경이위탁 식식기지
宴爾新昏 不我屑以 연이신혼 불아설이
毋逝我梁 毋發我笱 무서아량 무발아구
我躬不閱 遑恤我後 아궁불열 황휼아후
就其深矣 方之舟之 취기심의 방지주지
就其淺矣 泳之遊之 취기천의 영지유지
何有何亡 黽勉求之 하유하무 민면구지
凡民有喪 匍匐救之 범민유상 포복구지
不我能慉 反以我爲讎 불아내휵 반이아위수
旣阻我德 賈用不售 기조아덕 고용불수
昔育恐育鞫 及爾顚覆 석육공육국 급이전복
旣生旣育 比予于毒 기생기육 비여우독
我有旨蓄 亦以御冬 아유지축 역이어동
宴爾新昏 以我御窮 연이신혼 이아어궁
有洸有潰 旣詒我肄 유광유궤 기이아이
不念昔者 伊余來墍 불념석자 이여래기
<동풍>
따뜻한 동쪽 바람 불더니 어느새 날 흐리고 비가 내리네
애써서 마음 모아 함께 하다가 이리도 화를 내니 너무하네요
순무를 뽑고 무우 뽑을 땐 뿌리만 필요한 게 아니랍니다
좋은 약속 변하지 않는다면야 그대와 죽도록 함께 살 텐데
쫓겨나니 터벅터벅 걷는 걸음은 마음속에 가고 싶지 않아서라오
멀리 는 그만두고 아주 가까이 하다 못해 문 밖이라도 바래다 주지
그 누가 씀바귀를 쓰다 하던가 내게는 달기가 냉이와 같네
그대는 새 여자 좋아 하기를 형같고 아우같이 즐거워하네
경수가 위수 때문에 흐려보이나 경수에도 맑디맑은 물가야 있네
그대는 새 여자 좋아하여서 나는야 좋아하지 않게 됐으니
내가 놓은 어살엘 랑 가지를 말고 내가 놓은 통발일랑 들추지 마오
하기사 집에서도 쫓겨 났으니 뒷일을 걱정한들 무엇하겠나
깊은 물 건널 때는 뗏목 타고 배를 타고 얕은 물 건널 때는 자맥질에 헤엄치네
살림살이 살펴보곤 고생고생 갖추었고 이웃에 상 당하면 있는 힘껏 도왔다네
날 기르진 못할망정 도리어 원수처럼 여기다니
이같이 내 정성을 저 버리니 팔리지 않는 물건같이 되버렸네
예전에 어렵고 가난했을 땐 그대 와 같이 죽을까 두려웠는데
이제 겨우 살 만하니 나를 마치 독처럼 대하 다니
내가 맛있는 채소를 저장함은 추운 겨울 나기 위함이니
그대는 새 여 자를 좋아하니 어려울 때 나를 이용하였구나
사납게도 무섭게도 나를 고생시켰으니
생각나지 않는가 그 옛날에 내게 와서 편히 쉬던 그때를
*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부른 노래이다. 어려운 살림살이를 만나 고생하며 집안을 일으키자 남편이 딴 여자에게로 가버렸다. 원문의 경수(水)는 새 여자 이고 위수(渭水)는 화자 자신이다. 어려울 땐 모질게도 고생시켜 놓고 이제 와서 떠나가다니 하는 여인네의 자조 섞인 한숨이 각 연마다 묻어난다. 어살은 돌을 쌓아 물을 막아 한쪽을 틔워 고기가 통하게 하여 잡게 만든 것이다. 통발은 가는 대가지나 싸리나무를 엮어서 통같이 만들어서 고기를 잡는 도구이다. 자맥질은 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習習(습습) : 서늘한 바람이 부드러이 부는 모습
谷風(곡풍) : 동풍, 산기슭 골짜기에 불어오는 바람
以(이) : ~하여, 爲와 같다.
黽勉(민면) : 부지런히 힘씀
葑(풍,봉) : 순무, 방기 뿌리
菲(비) : 고서에서 무 같은 채소를 말함
下體(하체) : 식물의 뿌리
德音(덕음) : 덕담, 도리에 닿는 말
違(위) : 헤어지다, 떨어지다
及(급) : 더불다
遲遲(지지) : 몹시 더딤
違(위) : 몸과 마음이 다르다, 원망, 허물
伊(이) : 글 앞에 놓여 발어사로 쓰거나 중간에 놓여 어조를 고르게 함 이리하여, 그래서 정도의 의미임
邇(이) : 가깝다.
畿(기) : 문지방, 일정 테두리 안을 말함
薄(박) : 메마르다, 야박하다
荼(도) : 씀바귀. 薺(제) : 냉이
宴(연) : 즐기다
昏(혼) : 婚과 같음
涇(경) : 위하(渭河)의 지류
渭(위) : 황하의 최대지류
涇渭를 따진다는 말이 두 강에서 나왔다. 경수는 항상 흐리고 위하는 항상 맑아 구분이 분명한 데서 생긴 말이다. 경수는 섬서성 고릉에서 위하와 합친다.
湜湜(식식) : 물이 맑아 바닥이 보이는 모양
沚(지) : 강 가운데의 작은 섬 일설에는 강바닥이라 함
屑(설) : 중히 여기다, 마음에 두다
以(이) : <鄭箋>은 쓰임(用)이라 함
梁(량) : 물을 돌무더기로 막고 한 곳을 터 통발 등을 놓아 물고기를 잡는 장치다. <제풍,폐구> <위풍,유호><진풍,소융> <조풍,후인>에도 보인다.
笱(구) : 어량에 놓은 통발
梁은 결혼해 가꿔놓은 집안,
笱는 살림살이를 말한다고 한다.
閱(열) : 받아들이다. 보다
遑恤(황휼) : 걱정할 겨를이 없다 遑은 짬, 겨를. 恤은 걱정하다.
就(취) : 나아가다. 다그다. 당하다
方(방) : 뗏목. 목판
何(하) : 무엇
亡(망,무) : 없다 가난하다-무
匍匐(포복) : 기어가다. 힘써 돕다
能(내) : 참다. 견디다 耐와 같다.
慉(휵) : 일으켜 세우다. 돕다. 일설에 좋아한다라고 하며 <설문해자>에서 媚(미)의 뜻이라 하였다. 媚는 비위를 맞추다의 뜻이 있다. 이해하며 도와주는 것임을 놓친 것 같다.
以...爲...는 ‘...을 ...로 보다, 여기다’임
旣(기) : 이미, 처음부터, 그러는 동안
阻(조) : 막다. <鄭箋>은 却(각), 물리치다라 하였다
德(덕) : 은덕, 선행, 마음
賈(가,고) : 장사하다, 팔다
用(용) : 물건, 재물
售(수) : 팔다
恐(공) : 두려움, 겁먹음
鞫(국) : 곤궁하다.
恐鞫(공국)은 궁할라 걱정하는 것이다.
育恐育鞫은 두려움과 궁함이 자람이다.
及(급) : 더불어(與)
顚覆(전복) : 뒤짚어 엎어짐. 가난함
旨蓄(지축) : 겨울을 대비하여 말리거나 절인 채소를 저장해 두는 식품. 旨는 맛있는 음식이란 뜻도 있다
御(어) : 막다, 제압하다
窮(궁) : 곤궁
洸(광) : 성내다. 물결이 번쩍이다
潰(궤) : 큰물에 둑이 터지는 모양
洸洸潰潰는 물살이 엄청 센 모양으로 화를 내며 울화통을 터뜨리는 것을 비유
旣(기) : 다하다 다 없어지다(盡)
詒(이,태) : 끼치다(이) 기만하다(태)
肄(이) : 수고, 노고
來(래) : 조사로 상황을 비교한다.
예로 天來大는 하늘 만큼 크다이며 동사로 뒤 동사의 사역 어감을 나타낸다 일설에는 곧..이다(是)라 한다
墍(기) : 꾸미다. 휴식하다 일설에 慇(은)의 가차로 사랑(愛)이라 함 慇이 愛의 옛글자라는 것이다<마서진> 慇은 괴로움이다
伊余來墍는 伊가 발어사고
來가 조사로 해할 경우
‘나는 곧 墍다’가 된다.
앞 문장이 ‘옛날을 생각하지 않아’와 합쳐 ‘내가 墍였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거나 떨어져 ‘옛날을 생각하지 않으니 내가 墍라는 것’ 모두 가능하다. <鄭箋>은 墍를 安息이라 하고 來를 시집을 오다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