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閑居初夏午睡起-楊萬里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 26. 06:46

閑居初夏午睡起(한거초하오수기)
-楊萬里.南宋(양만리.남송)
<낮잠에서 깨어난 한가로운 초여름>
[一]
梅子留酸軟齒牙(매자류산연치아)
芭蕉分綠與窓紗(파초분록여창사)
日長睡起無情思(일장수기무정사)
閑看兒童捉柳花(한간아동착류화)
매실은 신맛이 돌아 치아를 무르게 하고,
파초는 창문 비단 휘장에 초록빛을 나눠준다.
긴긴해 낮잠에서 깨어나 무료해진 마음,
버들솜 잡는 아이들을 한가로이 바라본다.

[二]
松陰一架半弓苔(송음일가반궁태)
偶欲看書又懶開(우욕간서우라개)
戱掬淸泉洒蕉葉(희국청천쇄초엽)
兒童誤認雨聲來(아동오인우성래)
솔 그늘 한 시렁에 반쯤 이끼가 끼고
그저 책을 보려다 펴기도 싫어
재미로 맑은 샘물 떠 파초잎 씻기니
아이들은 빗소리로  잘못알고 달려 나오네


*양만리(楊萬里·1127∼1206)南宋
*여름 초입, 매실에는 아직 신맛이 남아 있고 창가 파초잎 그림자가 비단 휘장 위에서 파르라니 일렁대는 계절
해가 길어지면서 낮잠도 푹 즐길 수 있고 공중엔 버들솜이 분분하게 흩날린다. 자연은 여름으로의 진입을 예고하고, 시인은 버들솜을 잡으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구경하며 무료함을 달래고  교감하면서 초여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하고 있다.
2수에서도 시인의 시선은 아이들을 떠나지 않고 ‘맑은 샘물 손에 담아 장난삼아 파초에 뿌리자, 아이들은 빗소리로 착각한다’라 했다.
천진난만한 동심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사 번뇌는 초여름 긴긴해 속으로 사르르 녹아들었을 것이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글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