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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時田園雜興中 冬日-范成大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 26. 05:36

四時田園雜興(사시전원잡흥)60首중
冬日(동일) 겨울편 제1수
范成大(범성대, 1126~1193)

斜日低山片月高(사일저산편월고)
산 너머로 해는 기울고 조각달 높이 떴다
睡餘行藥繞江郊(수여행약요강교)
자다 말고 운동 삼아 강둑을 거닌다
風霜擣盡千林葉(풍상도진천림엽)
찬바람과 서리가 온 산의 나뭇잎 떨궜기에
閒倚筇枝數鸛巢(한의공지수관소) 部
지팡이 집고 서서 황새둥지 헤아린다

<西湖柳艇圖)>. 궁정화가인 하규의 그림. 남송의 도읍지는 임안臨으로, 지금은 절강성에 있는 항주시이다. 대만고궁박물원 소장.


*사시전원잡흥(四時田園雜興) 겨울편 첫 번째 시다. 가을걷이해서 반은 환곡 빚을 갚고 나머지 반은 세금으로 바쳤어도 죽정이 이삭이나마 양식을 들였으니 안 먹어도 배부르다. 동짓날이 가까워 오니 해가 짧아 일찍 든 잠이어서 밤중에 눈을 떴다. 그저 뒤척이느니 몸에 약이 되라고 강둑으로 나와 걷는다. 조각달이 중천에 걸렸다. 주변의 나무란 나무는 찬바람과 된서리에 모두 잎이 떨어져 발가벗었다. 문득 황새가 걱정스럽다. 이 추운 날에 새들은 잘 지내는지 앙상한 가지사이로 드러난 둥지를 살핀다. 내 가족만 챙기는 각박한 사람들 틈에 이웃은 물론 주변의 미물까지 챙겨 걱정하는 마음이 훈훈하다.
*繞(요) ; 얽어매다, 두르다
*擣(도) ; 두드리다, 공격하다
*鸛(관); 황새

*≪사시전원잡흥(四時田園雜興)≫은 남송(南宋)의 시인 범성대(范成大)가 그의 나이 61세에 지은 전원시(田園詩) 모음으로 60수의 절구(絶句)로 되어 있다. 그는 1183년 58세 때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 소주(蘇州)로 돌아가 석호(石湖) 부근에 은거하며 전원의 여러 모습을 몸소 체험하고 이것으로 1년의 시간 동안 시를 써냈다. 이 60수에는 전원의 한적한 풍경, 농촌의 정겨운 인심, 절기에 따른 농촌 풍속, 전원생활의 즐거움, 농사의 고달픔, 사회의 모순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사시전원잡흥≫은 계절의 순서에 따라 12수 씩 <춘일전원잡흥(春日田園雜興)>, <만춘전원잡흥(晩春田園雜興)>, <하일전원잡흥(夏日田園雜興)>, <추일전원잡흥(秋日田園雜興)>, <동일전원잡흥(冬日田園雜興)>
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배열에 어떤 특정한 의도나 구조가 있지는 않다.

근래 중국에서 ≪사시전원잡흥≫은 중국 고대 전원시의 집대성이라는 명성까지 얻고 있다. 전원시인으로서의 범성대의 명성 또한 주로 이 시 모음에 기인하며 그의 명성은 고대 중국에서는 도연명(陶淵明)과 필적하거나 또는 도연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다른 전원시인과 전원시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는 점이 있다. 이것은 대체로 남송 이후의 중국 한시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시전원잡흥≫의 배경을 이루는 시인 범성대에게 다른 시인과 같은 어떤 극적이며 강렬한 인생 역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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