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綠肥紅瘦-李淸照

시뜨락 시정(詩庭) 2025. 1. 22. 22:10

綠肥紅瘦(녹비홍수)
-李淸照(이청조)의 사(詞)‘여몽령(如夢令)' 중

昨夜雨疏風驟(작야우소풍취)
濃睡不消殘酒(농수불소잔주)
試問捲簾人(시문권렴인)
卻道踯躅依舊(각도척촉의구)
知否,知否(지부, 지부)
應是綠肥紅瘦(응시녹비홍수)

간밤에 비 뿌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지
깊이 자고 났건만 술기운이 아직도 남아있네그려.
발 걷는 아이에게 물었더니
철쭉은 그래도 여전하다고 하는구나
이런, 이런, 뭘 모르네
녹음은 짙을지라도 붉은 꽃은 시드는 것을.
    
*[여몽령(如夢令)의 원문에는 ‘철쭉(踯躅)’이 아니라 ‘해당화(海棠)’로 되어 있다]

*이청조(李淸照. 1084-1151?)가 지은 ‘여몽령(如夢令)’이라는 작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시(詩)가 아니라 사(詞)이다. 당나라 때의 시가 운율을 엄격히 따진 데 비하여 송나라 때의 사(詞)는 자유분방하다. 마치 노랫말 같다.
이청조는 옛날 중국의 宋나라 사람으로 중국 최고의 여류 시인으로 손꼽힌다. 여성에 대한 유교적 속박을 거부하고 남자와 동등한 여자의 삶을 추구했다. 그에 걸맞게 호도 이안거사(易安居士)이다.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읊은 이백은 술 한 말에 시 100편을 지었다. 이청조 또한 그에 못지않은 술꾼으로  ‘음주 시인’이었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시인의 옆에는 늘 술이 따라다닌 것이 아닌지.
천고제일재녀(千古第一才女)로 일컬어진 그녀는 음악, 회화 그리고 금석학에도 일가견을 가진 팔방미인이었다.

*‘綠肥紅瘦(녹비홍수)’라는 말이 이 시에서 유래했다. ‘초록색은 짙어지고 붉은색은 줄어든다’는 뜻으로,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면서 녹음이 짙어지는 대신 그에 반비례하여 꽃들은 시드는 것을 나타낸다. 떠나는 봄을 절묘하게 요약한 시인의 이 한마디는 봄의 끝자락을 형용하는 성어가 되었다.

판소리 단가 ‘사철가’에 나오는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와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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