利洲南渡-溫庭筠
利洲南渡(이주남도)溫庭筠(온정균)
澹然空水對斜暉(담연공수대사휘),
曲島蒼茫接翠微(곡도창망접취미)。
波上馬嘶看棹去(파상마시간도거),
柳邊人歇待船歸(유변인헐대선귀)。
數叢沙草群鷗散(수총사초군구산),
萬頃江田一鷺飛(만경강전일로비)。
誰解乘舟尋范蠡(수해승주심범려),
五湖煙水獨忘機(오호연수독망기)。
〈이주(利州)에서 남으로 건너가며〉
넘실대는 드넓은 물에 석양이 비치고
구불구불한 섬 아득히 먼 산 푸른 기운과 이어지네
물결 위 말의 울음소리에 노 저어 가는 것 보고
버들가의 사람들 쉬면서 배 돌아오기 기다린다
몇 떨기 모래톱 풀엔 갈매기 떼 흩어지고
만 경의 강가 논엔 해오라기 한 마리 날아드네
누가 알리오 배타고 범려 찾아가
오호(五湖)의 안개 낀 물에서 홀로 기심(機心)을 잊는 것을
<원문출처>
利洲南渡/ 作者:溫庭筠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 /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通釋] 넘실대는 잔잔한 강물에 석양이 비치고, 저녁 빛에 안개가 피어오르니 구불구불한 작은 섬은 먼 산의 이내와 이어진 듯 보인다. 배에 싣고 가는 말들이 울고 배는 노를 저어 가는데, 강가의 사람들은 버들 그늘 아래에서 쉬면서 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배가 지나가자 모래톱 풀에 모여 있던 갈매기 떼는 놀라서 날아가고, 저 멀리 강가의 드넓은 밭에는 해오라기 한 마리가 날아든다. 배를 타고 범려를 찾아가 안개 자욱한 오호(五湖) 위에서 나 홀로 기심을 잊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 利州南渡(이주남도) : ‘利州(이주)’는 당(唐)나라 때 산남도(山南道)에 속했다. 주치(州治)가 지금의 사천성(四川省) 광원현(廣元縣)에 있었으며, 남쪽으로 가릉강(嘉陵江)과 접해 있다. 따라서 ‘南渡(남도)’는 남쪽으로 이 가릉강을 건너는 것이다.
○ 澹然(담연) : 물결이 잔잔하게 넘실거리는 아득한 모양을 말한다.
○ 曲島蒼茫接翠微(곡도창망접취미) : ‘曲島(곡도)’는 강 가운데 구불구불한 만을 지닌 작은 섬을 말하고, ‘蒼茫(창망)’은 물안개가 피어오른 아득한 모양으로 여기서는 저녁 빛을 뜻한다.
‘翠微(취미)’는 산허리를 지칭하기도 하고, 산이 푸른 기운을 띤 것 즉 이내를 말하기도 한다.
○ 翠微(취미) : 산의 중턱. 먼 산에 엷게 낀 푸른 기운.
○ 范蠡(범려) : 춘추(春秋)시대 초(楚)나라 사람으로, 자는 소백(少伯)이다.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도와 오왕(吳王) 부차(夫差)를 패망시켜 회계(會稽)의 치욕을 씻게 한 뒤 이름을 바꾸고 미인인 서시(西施)와 함께 오호(五湖)에 배를 띄워 해도(海島)로 들어가 은둔하였다. 뒤에 제(齊)나라에서 크게 재물을 모아 큰 부자가 되고 스스로 도주공(陶朱公)이라고 하였다.
○ 五湖(오호) : 강소성(江蘇省)의 태호(太湖)를 가리킨다.
○ 忘機(망기) : 기심(機心)을 잊는다, 즉 속세의 공명을 다투는 마음을 잊었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