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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앉아서-정채봉
시뜨락 시정(詩庭)
2024. 12. 28. 07:04
<물가에 앉아서>
나 오늘 물가에 앉아서
눈 뜨고서도
눈 감은 것이나 다름없이 살았던
지난날을 반추한다
나뭇잎 사운대는
아름다운 노래가 있었고
꽃잎 지는 아득한 슬픔 또한 있었지
속아도 보았고 속여도 보았지
이 한낮에 나는
마을에서 먼 물가에 앉아서
강 건너 먼데 수탉 우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나처럼
지난 생의 누구도 물가에 앉아서
똑같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강 건너 먼데 수탉 우는 소리에
귀 기울였을 테지
나처럼
또 앞 생의 누구도 이 물가에 앉아서
강건너 수탉 우는 소리에
회한의 한숨을 쉬게 될까
바람이 차다
*사운-대다
동사 ‘살랑대다’의 방언 (전라)
*사운거리다
가볍게 이리저리 자꾸 흔들리다
*시:정채봉(丁埰琫,1946-2001) 대한민국 작가
*그림:페더 뫼르크 몬스테드, (1859-1941) 텐마크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