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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金炳淵

시뜨락 시정(詩庭) 2024. 12. 22. 08:21

눈(雪설)-난고(蘭皐) 김병연(金炳淵)

<눈-김삿갓>
天皇崩乎人皇崩 (천황붕호인황붕 ) 
萬樹靑山皆被服  (만수청산개피복)
明日若使陽來弔  (명일약사양래조)
家家簷前淚滴滴   (가가첨전누적적)

천황씨 죽었는가 황제씨 죽었는가
온 산에 나무들이 흰상복을 입었거늘
내일 태양을 조문케 하면
집마다  처마에 눈물방울 흘리겠네.

*작가는 난고(蘭皐) 김병연(金炳淵:1807~1863)으로 김삿갓이다. 원문을 의역하면 [천황씨가 죽었다든가 황제씨가 죽었다든가 / 온 산 나무들이 모두 흰옷으로 상복을 입었구나 // 내일 태양으로 하여금 황제의 죽음을 조문케 한다면 / 집집마다 처마 끝에 눈물방울 흘리겠네]라는 시상이다.

눈이 와 온 산이 하얗게 덮인 것을
산과 나무가 하얀 상복을 입은 것으로 표현  
날이 밝아 해가 뜨면 눈 녹은 물이 처마 끝에서 떨어질 것을 애도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연상이 이어졌을 듯합니다.

김삿갓(본명은 김병연)은 20살 때부터 방랑길을 떠나 평생을 삿갓을 쓰고 길 위를 떠돌다가 57살에 전라도 동복에서 하늘로 떠났습니다. 전하는 얘기에 의하면 김삿갓이 향시(鄕試)에 나갔을 때, 향시의 주제가 선천부사 김익순을 논박하라는 것이었답니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홍경래의 난에서 반란군에 항복한 김익순을 통렬하게 비방하는 시를 지었는데, 뒤늦게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인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아 방랑길을 떠났다고 합니다. 김삿갓은 그렇게 떠도는 길 위에서 많은 시를 지었는데, 그 중에는 재미있는 풍자시도 많이 있습니다.

*중국 고대 의례를 집약한 예기(禮記) 중 세세한 예의범절을 기록했다는 의미를 지닌 곡례(曲禮) 편을 보면 같은 죽음이라도 천자는 '붕'(崩), 제후는 '훙'(薨)이라 하고, 대부(大夫)는 '졸'(卒), 사(士)는 '불록'(不祿)이라 하고, 일반 서민 백성은 '사'(死)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