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穉子弄冰-楊萬里

시뜨락 시정(詩庭) 2024. 12. 22. 05:25

치자농빙穉子弄冰
/송宋 양만리楊萬里

<아이의 얼음 장난>
穉子金盆脫曉冰 (치자금분탈효빙)
아이가 놋대야에서 얼음을 꺼내더니
彩絲穿取當銀錚 (채사천취당은쟁)
색실로 끈을 달아 은빛 징을 만드네
敲成玉磬穿林響 (고성옥경천림향)
옥경 두드리는 소리 숲속에 퍼지더니
忽作玻璃碎地聲 (홀작파리쇄지성)
갑자기 땅에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네

*양만리(楊萬里)가 노년에 쓴 시로 보인다.
‘탈(脫)’은 놋대야에서 얼음을 꺼내는 것을 말한다. ‘당(當)’은 ‘해당하게 한다.’는 의미이니, 얼음에 끈을 꿰어 마치 징처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놋대야를 금분(金盆)이라 표현하였는데 그 속에 담긴 물이 간밤에 꽝꽝 얼어 아이의 눈에 거기다 끈을 달면 바로 징이 된다고 생각하여 지금 아이가 얼음 징을 만든 것이다. 쟁(錚)은 징이다.
그 얼음 징은 금속이 아니기에 징처럼 울지는 않고 마치 옥경과 같은 소리가 난다. 아이는 동지나 설날 민속놀이를 할 때 어른들이 징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지금 그걸 흉내 내어 신나게 두드린다. 그 소리는 숲속으로 퍼져 간다.
그런데 돌연 땅에 유리가 떨어져 팍삭 깨지는 소리가 난다. 얼음이 무거우니 아이가 들고 놀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땅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사람이 늙으면 아이처럼 된다는 말이 있다. 행동도 그렇고 입맛도 그렇다. 이 시를 보면 마음도 아이와 같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추운 겨울 아이가 얼음 징을 만들고 두드리며 노는 모습을 마치 자신이 하고 있는 것처럼 시에 표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어쩌면 얼음에 구멍을 뚫는 것은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도와주었을 수도 있다.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아이의 즐거움과 아쉬움을 표현한 일종의 노인이 쓴 동시와 같은 시이다.

[출처]365일 한시-양만리楊萬里 아이의 얼음 장난穉子弄冰

*양만리(楊萬里, 1127∼1206)는 자(字)가 정수(廷秀), 자호(自號)는 성재야객(誠齋野客)이며, 남송(南宋) 고종(高宗) 건염(建炎) 원년(元年, 1127) 음력 9월 22일(양력 10월 29일), 길주(吉州) 길수현(吉水縣) 동수향(同水鄕) 신가리(新嘉里) 밤당촌(?塘村)에서 태어났다. 28세에 과거 시험에 합격한 뒤, 고종, 효종, 광종, 영종의 네 황제가 통치하는 기간 동안 지방과 수도에서 관직 생활을 했다.
개희(開禧) 2년(1206), 80세, 음력 5월 8일(양력 6월 15일)에 세상을 떠났으며 이듬해(1207), 조정에서 광록대부(光祿大夫)를 추증(追贈)했고, 가정(嘉定) 6년(1213)에는 ‘문절(文節)’이라는 시호(諡號)를 내렸다.
양만리는 송대를 대표하는 문학가 중의 한 사람으로, 시인으로 특히 유명하며 산문(散文)도 잘 지어 <천려책(千慮策)>을 비롯한 좋은 글들을 남기고 있다. 비평서로 ≪성재시화(誠齋詩話)≫가 있다. 사(詞)도 15수 전한다. 양만리는 또 아버지의 영향으로 ≪역경(易經)≫에도 정통해 ≪성재역전(誠齋易傳)≫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