杜陵叟-白居易
두릉수(杜陵叟)-백거이(白居易)
<두릉의 노인>
*당헌종(唐宪宗) 원화3년(808)겨울부터 원화 5년 봄까지 강남의 광대한 지역과 장안 주변지구에 혹심한 한발이 들었다. 원화 3년에 좌습유에 막 임명된 백거이는 조정에 상소를 올려 혹심한 한해의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백성들을 위해 조세를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거이의 충정에 감동한 헌종은 백거이의 주청을 비준했을 뿐만 아니라 재해는 자기의 부덕의 소치임을 인정하는 “罪己诏”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헌종의 파격적인 조치는 백거이로써는 뜻밖의 결과로 사실은 헌종의 일종의 속임수였을 뿐만 아니라 황제는 원래 면세조치를 시행할 마음이 없었음으로 해당 관리들은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황제의 뜻과 배치되는 일을 시행할 경우 그들의 정치적인 장래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양봉음위(陽奉阴违) 즉 겉으로는 황제의 조칙을 따르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조칙을 시행하지 않을 일종의 “금낭묘계(锦囊妙计)”라는 수단을 구사했다. 그들은 일을 질질 끌기만 했지 실제로는 시행하지 않았으며 이에 백거이로써는 하릴 없이 되고 말았다. 결국은 재해로 고통받고 있던 백성들은 모두 중앙조정의 도움으로 구제받지 못했으며 조세를 면제한다는 조칙도 결국 공문서가 되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백거이는 참지 못하고 단숨에 《경비(轻肥)》와 《두릉수(杜陵叟)》 두 편의 시를 지었다.
《두릉수(杜陵叟)》 두릉노인
杜陵叟杜陵居(두릉수두릉거)
두릉의 노인 두릉에 살면서
歲種薄田一頃餘(세종박전일경여)
해마다 척박한 밭 백이랑에 씨를 뿌린다
三月無雨旱風起(삼월무우한풍기)
3월에 비 안 오고 마른 바람 불더니
麥苗不秀多黃死(맥묘불수다황사)
보리 싹 피어나지 못한 채 누렇게 말라버렸고
九月降霜秋早寒(구월강상추조한)
구월에 서리 내리고 초가을부터 쌀쌀하더니
禾穗未熟皆靑乾(화수미숙개청건)
(穗 이삭 수)
벼이삭 패기도 전에 모두 퍼렇게 말라버렸다
長吏明知不申破(장리명지불신파)
관리는 이를 훤히 알면서도 상부에 알리지 않고
急斂暴徵求考課(급렴폭징구고과)
세금 급히 거두고 가혹하게 징수해 실적만 올리려 한다
典桑賣地納官租(전상매지납관조)
뽕밭을 잡히고 땅을 팔아 관가에 세금을 냈으니
明年衣食將何如(명년의식장하여)
내년 의식을 어찌 해결하나?
剝我身上帛(박아신상백)
우리네 몸에서 옷을 벗기고
奪我口中粟(탈아구중속)
우리네 입에서 양식을 앗아갔다
虐人害物卽豺狼(학인해물즉시랑)
사람들 학대하고 해치면 곧 승냥이요 이리지
何必鉤瓜鋸牙食人肉(하필구거아식인육)
굳이 갈고리 발톱과 톱날 어금니로 사람을 먹어야 승냥이냐?
不知何人秦皇帝(부지하인진황제)
누군지 몰라도 황제에게 상주하니
帝心惻隱知人弊(제심측은지인폐)
백성의 민폐를 알게 된 임금이 측은히 여기사
白麻紙上書德音(백마지상서덕음)
백마지에 은혜로운 말씀 적어서
京畿盡放今年稅(경기진방금년세)
경기 지역은 금년 세금을 면제토록 하셨다
昨日里胥方到門(작일리서방도문)
어제 아전이 문 앞에 나타나
手持尺牒牓鄕村(수지척첩방향촌)
공문을 들고 와서 마을에다 내걸었다
十家租稅九家畢(십가조세구가필)
열 집 가운데 아홉 집은 세금을 다 냈으니
虛受吾君蠲免恩(허수오군견면은)
세금을 면제한 임금의 은혜는 하릴없게 되었다.
* 백마지(白麻紙)는 조서를 적는 종이. 당대(唐代)에 조서를 만들 때는 황색과 백색 마지(麻紙)를 사용했다. 장상(將相)을 임명하거나 사면(赦免)을 선포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