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意呈補闕喬知之-沈全期
古意呈補闕喬知之(고의정보궐교지지)
/古意(고의)/獨不見(독불견)
〈古意:보궐(補闕) 교지지(喬知之)에게 드린다〉-沈全期(심전기)
盧家少婦鬱金堂(노가소부울금당)
海燕雙棲玳瑁梁(해연쌍서대모량)。
九月寒砧催木葉(구월한침최목엽)
十年征戍憶遼陽(십년정수억료양)。
白狼河北音書斷(백랑하북음서단)
丹鳳城南秋夜長(단봉성남추야장)。
誰謂含愁獨不見(수위함수독불견)
更教明月照流黃(갱교명월조류황)。
향기 가득한 방에 노가(盧家)의 어린 아낙
화려한 서까래에 살던 제비 한 쌍 같았는데
낙엽 재촉하는 구월 차가운 다듬이 소리에
십 년 넘게 수자리 사는 요양(遼陽)을 생각하네
백랑하(白狼河) 북쪽에선 소식이 끊겼고
단봉성(丹鳳城) 남쪽엔 가을밤 길구나
무엇 때문에 수심 머금고 만나지 못하는지
또 밝은 달만 다시 휘장에 비치게 하면서
<원문출처>古意呈補闕喬知之 / 作者:沈佺期
全唐詩·卷096 古意,獨不見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獨不見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通釋] 향기 가득한 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 아름답고 아직은 어린 아낙. 옛날에는 화려하게 장식한 서까래에 둥지 틀고 살던 제비 한 쌍처럼 낭군과 둘이 잘살았건만 지금은 혼자 남았다. 9월 가을이 되어 찬바람이 불면서 나뭇잎 떨어지길 재촉하고 차가운 다듬이 소리가 바람 따라 들려오니, 수자리 살러 떠나 1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있는 북쪽 요양을 생각한다. 백랑하 흐르는 땅의 북쪽, 서방님 계신 곳에는 소식마저 끊겼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안 남쪽의 집 가운데에는 잠 못 이루고 가을밤을 새는 젊은 아낙이 있다. 깊은 시름에 잠기게 하고 또 혼자 밤을 지새며 서방님을 만나보지 못하게 하는 건 무엇일까. 더욱더 괴로움에 잠기게 하는 밝은 달만 젊은 아낙이 있는 방의 휘장을 무심하게 비출 뿐이다.
[解題] 이 시의 주인공은 장안의 어린 아낙으로, 요양(遼陽)으로 수자리 나가 10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못하는) 남편을 그리워한다. 몸은 좋은 집에 있으나 마음은 만리 밖을 달리며
전전반측(輾轉反側) 잠 못 드는 고독과 괴로움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어린 아낙을 화자로 내세워 정치에 대해 풍간(諷諫)한 시인데,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 괴로움을 덜어주는 정치를 하도록 위정자(爲政者)에게 바친, 목적이 뚜렷한 시로 볼 수 있다. 호소력이 크면서 의도가 전면에 두드러지지 않아 온유돈후(溫柔敦厚)한 풍격을 갖춘 시로 알려졌다.
○ 이 시는 고악부(古樂府)로부터 환골탈태(換骨奪胎)한 것이다. 첫 구는 귀한 집안의 어린 여자가 난실(蘭室)에 깊이 들어앉아 울금향(鬱金香)과 소합향(蘇合香) 속에 사는 것을 말하였고, 다음 구는 시집온 뒤 부창부수(夫唱婦隨)하며 대들보의 두 마리 제비처럼 살았음을 말하였다. 3·4구는 도치법을 사용해, 수자리 살러 간 사람이 요해(遼海)에 있은 지 10년이 지났는데, 하물며 낙엽 지는 깊은 가을, 서풍에 다듬이 소리 들리고 추위 막아줄 옷을 부쳐주길 기다릴 것이라고 하여 이별의 쓸쓸한 느낌을 더하였다. 5구는 소식을 바라지만 편지가 닿지 못하니 위의 수자리 살러 간 것을 이어서 말하였다. 6구는뜬눈으로 지새는 밤이 긴 것을 느끼니 위의 구월(九月)을 이어 말했다.
마지막 구는 홀로 지내며 수심을 머금었는데 처량하도록 밝은 달이 비단 짜는 베틀에 비친다는 말이고, 또한 ‘단지 밝은 달이 들어와, 깊이 숨어 사는 나를 비추네.[只容明月 照我居]’라는 뜻이 있다. ‘봄바람과 알지도 못하는데, 어인 일로 비단 휘장 안으로 들어오는지 [春風不相識 何事入羅帷]’와 맑은 고요함이 똑같다.
○ 古意呈補闕喬之(고의정보궐교지지) : 이 시제(詩題)는 악부고제(樂府古題) ‘獨不見(독불견)’을 차용한 것이어서 ‘古意(고의)’라는 제목이 붙었다. 많은 판본이 ‘獨不見(독불견)’이란 제목을 쓰기도 한다.
송(宋)나라 곽무천(郭茂倩)의 ≪樂府詩集(악부시집)≫에 “〈獨見(독불견)〉은 그리워하면서 만나지 못함을 마음 아파하는 시이다.[獨不見 傷思而不見也]”라고 하였다.
‘補闕(보궐)’은 풍간(諷諫)을 맡은 관리를 말한다. ‘喬知之(교지지)’는 武則天(무측천) 때 우보궐(右補闕)이었다.
○ 盧家少婦鬱金堂(노가소부울금당) : ‘堂’이 ‘香’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노가소부(盧家少婦)는 원래 막수(莫愁)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이후로 젊은 아낙을 가리키는 대명사처럼 쓰인다.
막수(莫愁)가 미인이기도 해서 규방의 아름다운 여자라는 의미도 자연스레 포함돼 있다.
‘鬱金堂(울금당)’은 울금이라는 향료(香料)를 섞어 벽에 칠해 실내에 향내가 나도록 한 방을 말한다.
※ 莫愁湖(막수호) : 남제(南齊) 때 낙양[(洛陽] 출신의 소녀 막수(莫愁)가 멀리 강동(江東) 지방의 노씨(盧氏) 집안으로 출가하여 호숫가에 거주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라고 전한다.
○ 海燕雙棲玳瑁梁(해연쌍서대모량) : ‘海燕(해연)’은 제비 종류로 월연(越燕)이라고도 한다. 봄에 북쪽으로 날아와 인가에 둥지를 틀고 산다. ‘雙棲(쌍서)’는 혼자 있는 노가소부(盧家少婦)와 대조되는 구절이다.
‘玳瑁(대모)’는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바다거북과 비슷하게 생겼다. 껍질[甲]에 아름답고 화려한 무늬가 있으며 윤기가 나는데다 가볍고 견고해 장식품으로 쓴다. ‘玳瑁梁(대모량)’은 대모로 장식한 서까래 혹은 대모처럼 화려하게 장식한 서까래를 말하는데 장식이 화려함을 형용한다. 첫 구는 시집오기 전 모습을, 이 구는 시집와 다란하게 지내던 때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 遼陽(요양) : 요동(遼東) 지역으로 지금의 요녕성(遼寧省) 지역을 말한다.
당나라 때 요주(遼州)를 설치했는데 그 치소(治所)가 요양(遼陽)으로, 군사들이 주둔했다. 당시 동북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 白狼河北(백량하북) : 요양(遼陽) 일대를 가리킨다. ‘白狼河(백량하)’는 지금은 대릉하(大凌河)라고 하는데 요녕성(遼寧省) 남쪽으로 흐른다.
○ 丹鳳城南(단종성남) : ‘丹鳳城(단봉성)’은 장안(長安)을 가리킨다. ≪列仙傳(열선전)≫에 따르면, 진(秦) 목공(穆公)의 딸 농옥(弄玉)은 그녀의 남편을 따라 퉁소를 배웠는데 퉁소를 불면 함양성(咸陽城) 위로 봉황(鳳凰)이 날아 내려왔다고 한다. 이후로 서울[京城]을 가리켜 단봉성(丹鳳城) 혹은 봉성(鳳城)이라 불렀다. ‘城南(성남)’이라 한 것은 당시 장안의 궁궐은 북쪽에 있고 남쪽은 주택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 更敎明月照流黃(갱교명월조류황) : ‘更敎(갱교)’가 ‘使妾(사첩)’으로, ‘照’가 ‘對’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使妾明月對流黃(사첩명월대류황)’으로 보면 ‘제가 밝은 달에 〈잠 못 이루고〉 유황(流黃)을 마주하고 있게 하네요.’ 정도로 풀 수 있겠다. ‘流黃(유황)’은 황자색(黃紫色)으로 물들인 비단을 말하는데, 방 안의 휘장을 말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다듬이질하던 옷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 誰謂(수위) : 원시는 ‘誰爲’이나 모기령의 인용에서 ‘誰謂’로 착오가 생긴 듯하다. 모기령의 인용을 그대로 따르기로 한다.
*沈佺期(심전기) 656?~714. : 중국 초당(初唐)의 궁정 시인이며, 송지문과 함께 ‘심송(沈宋)’이라 불렸다. 초당사걸(初唐四傑)의 뒤를 계승해 율시(律詩)라고 하는 신시형의 운율을 완성시킨 시인으로 공적이 매우 크다. 7언율시(七言律詩)에 뛰어났다.
“노가(盧家)의 소부(少婦) 울금향(鬱金香)”으로 시작되는 7률은 유명하다.
자 운경(雲卿). 허난성[河南省] 상저우[相州] 네이황[內黃] 사람. 측천무후(則天武后) 때부터 중종시대에 걸쳐서 활약하였다. 675년 진사에 급제하여 협률랑(協律郞)의 벼슬을 받고, 이어서 여러 관직을 역임하다가 무후의 영신(佞臣) 장역지(張易之)에게 아첨한 죄로 중종(中宗) 때 베트남 북부의 환주(驩州)로 유배되었다. 송지문과 함께 ‘심송(沈宋)’이라 병칭(竝稱)되고, 초당사걸(初唐四傑)의 뒤를 계승하여 율시(律詩)라고 하는 신시형의 운율을 완성시킨 시인으로 그의 공적은 매우 크다. 인품에 고결(高潔)하지 못한 점이 있기는 하였으나, 시풍(詩風)은 청려(淸麗)하였고, 특히 7언율시(七言律詩)에 뛰어났다.
“노가(盧家)의 소부(少婦) 울금향(鬱金香)”으로 시작되는 7률 《고의(古意)》는 《당시선(唐詩選)》에도 수록이 될 정도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