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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雨-徐居正

시뜨락 시정(詩庭) 2024. 11. 26. 03:11

秋雨 추우 - 徐居正 서거정
<가을비>

秋雨連三日 추우련삼일
가을비가 삼 일을 연이어 내리니
乾坤萬里陰 건곤만리음
천지간의 온 세상이 축축하구나
飛騰前日夢 비등전일몽
날아오른 건 전 날의 꿈속이었고
去住此時心 거주차시심
가고 머무름은 지금의 심정이구나
謾作鷦鷯賦 만작초료부
부질없이 초료부를 짓는가 하면
空悲蟋蟀唫 공비실솔금
공연히 귀뚜라미 울음이 슬퍼지네
柴桑松菊在 시상송국재
시상에는 소나무와 국화가 있으니
寧憶兩疏金 영억양소금
편안히 양소의 금을 생각하는구나

※鷦鷯賦(초료부) : 진(晉) 나라 때의 문인 장화(張華)가 지은 부(賦)인데, 초료는 뱁새를 가리킨 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 ‘뱁새는 깊은 숲에 둥지를 틀어도 의지한 것은 나뭇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고, 두더지는 강물을 마셔도 제 배를 채우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鼴鼠飮河 不過滿腹〕’라고 하였는데, 초료부 또한 장자의 말처럼 자기 분수에 만족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서술하였다.
※柴桑松菊在(시상송국재) : 시상은 현명(縣名)인데, 진(晉) 나라 도잠(陶潛)의 고향이다. 도잠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오솔길은 황폐해졌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남아 있도다.〔三徑就荒 松菊猶存〕’라고 한 데서 이 구절을 표현하였다.
※兩疏金(양소금) : 양소(兩疏)는 한 선제(漢宣帝) 때의 태자태부(太子太傅) 소광(疏廣)과 그의 조카인 태자소부(太子少傅) 소수(疏受)를 같이 일컫는 말이다. 소광이 병을 핑계로 상소하여 사직하고 조카 소수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자, 천자는 황금 20근을, 태자는 50근을 각각 하사하였는데 그들은 이 금을 친지나 친구들을 불러 잔치하는데 다 쓰고 자식들에게는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다 한다.

*서거정(徐居正, 1420년~1488년)은 조선 문종, 세조, 성종 때의 문신이며 학자이다. 본관은 대구, 자는 강중(剛中), 초자는 자원(子元), 호는 사가정(四佳亭) 혹은 정정(亭亭)이며,[1]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세종, 문종, 단종, 세조, 예종, 성종의 여섯 임금을 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