連雨獨飲-陶淵明
連雨獨飲(연우독음)-陶淵明(도연명)
<연일 내리는 비에 혼자 마시며>
運生會歸盡(운생회귀진),
終古謂之然(종고위지연)。
世間有松喬(세간유송교),
於今定何間(어금정하간)?
故老贈余酒(고로증여주),
乃言飲得仙(내언음득선);
試酌百情遠(시작백정원),
重觴忽忘天(중상홀망천)。
天豈去此哉(천기거차재)!
任真無所先(임진무소선)。
雲鶴有奇翼(운학유기익),
八表須臾還(팔표수유환)。
自我抱茲獨(자아포자독),
僶俛四十年(민면사십년)。
形骸久已化(형해구이화),
心在復何言(심재복하언)。
삶이라는 것은 목숨이 다하면 죽게 마련이라고
예로부터 그렇게 말하여 왔다.
세상에 오래 산 적송자와 왕자교가 있었지마는
지금에는 정작 어디에 있는 것인가?
친한 노인이 내게 술을 주며
마시면 신선이 될 것이라고 하네.
한 잔 마시니 온갖 정이 멀어지고
다시 한 잔 술에 홀연히 하늘도 잊었노라
하늘이 어찌 이 곳을 떠나겠느냐!
참 본성에 맡기니 하나 되었을 뿐.
기이한 날개 달고 구름을 탄 학 같이
천지팔방을 삽시간에 휘돌고 온 느낌이로다.
나 홀로 그런 마음 가슴에 품고
애써 살아온 게 사십 년이라네.
이미 몸은 늙어 시들었으나
마음은 그대로니 무슨 말을 하리오.
*連雨獨飮(연우독작)은 元興3年(원흥3년: 404년)의 작품이다. 도연명이 모친상을 당하던 때이며, 그 때의 작품은 영목(榮木)과 정운(停雲) 등이 있다.
연일 내리는 비 때문에 집에 머물며 술 취한 후의 심경을 읊은 시로, 40년 동안 세파에 시달려 몸은 늙고 시들었으나 마음은 하늘과 일체가 되어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며 신선의 경지를 즐기고 있다.
○ 連雨(연우) : 연일 내리는 비
○ 運生會歸盡(운생회귀진) : 생이라는 것은 당연히 목숨이 다하면 죽게되는 것 . 귀진(歸盡)은 죽음을 뜻한다.
○ 終古(종고) : 예로부터.
○ 世間(세간) : 세상. 유정(有情)의 중생(衆生)이 서로 의지(依支)하며 살아가는 세상(世上)
○ 松喬(송교) :전설 속의 선인(仙人)인 적송자(赤松子)와 왕자교(王子喬)를 말한다.
○ 赤松子(적송자) : 전설 속의 선인(仙人)이다. 《漢書(한서)》 안사고(顔師古)의 주(注)에, “적송자는 선인(仙人)의 호(號)이다. 신농씨(神農氏) 때에 우사(雨師)였다.[赤松子仙人號也 神農時爲雨師]”라고 하였다. 음식으로 물을 먹고 옥으로 옷을 해 입은 적송자는 신농에게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견디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금화산(金華山)에 살다가 스스로 몸을 태워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 王子喬(왕자교) : 태평광기(太平廣記) 제4권 신선4(神仙四)에 실려있으며 그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 (王子喬者,周靈王太子也。好吹笙作鳳凰鳴。游伊洛之間,道士浮丘公,接以上嵩山,三十余年) : 왕자교는 주나라 영왕의 태자이다. 생황을 잘 불어 봉황의 울음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수와 낙수 사이를 노닐었는데 도사인 부구공이 그를 데리고 숭산에 올라 30여 년을 지냈다.
○ 於今(어금) :지금(至今)。
○ 故老(고로) : 가까이 사는 친한 노인을 말한다.
○ 試酌(시주) : 첫 잔
○ 重觴(중상) : 거듭되는 술잔.
○ 任眞(임진) : 참 본성에 맡기다. 자연의 순리에 맡기다.
○ 雲鶴(운학) : 구름 속의 학.
○ 八表(팔표) : 팔방(八方)의 구석. 땅의 끝.
○ 僶俛(민면) : 애써 ~ 하다. 노력. 僶(민) : 힘쓸 ‘민’. 俛(면) : 힘쓸 ‘면’.
○ 形骸(형해) : 사람의 몸과 몸을 이룬 뼈.
○ 心在(심재) : 자연의 본성에 맡긴 마음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임.
*도연명(陶淵明, 365년 ~ 427년)은 중국 동진의 전원시인(田園詩人)이다. 호는 연명(淵明)이고, 자는 원량(元亮) 혹은 연명(淵明)이고, 본명은 잠(潛)이다. 오류(五柳) 선생이라고 불리며, 시호는 정절(靖節)이다.
술을 좋아했으며, 국화를 사랑하는 온화한 성격이었다. 쉬운 말로 시를 쓴 것이 특징이며, 유교와 노장 사상을 흡수하여, 인생의 진실한 것을 추구한 시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