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居秋暝-/王維
山居秋暝(산거추명)
王維(왕유)
空山新雨後(공산신우후)
天氣晩來秋(천기만래추)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蓮動下漁舟(연동하어주)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적막한 산에 내리던 비 개니
더욱 더 쌀쌀해진 늦가을 날씨
밝은 달빛 소나무 사이로 비취고
맑은 샘물은 바위 위로 흐르네
대숲 소란터니 아낙네들 씻고 가는 소리라
연 잎 흔들리더니 고깃배 내려가네
봄꽃이야 시든지 오래되었지만
그런대로 이 산골에 머물 만하네
【작가】
* 왕유[王維, 699?∼761?] : 당(唐)나라의 시인·화가. 자 마힐(摩詰). 산서성[山西省] 출생.
9세에 이미시(詩)를 썼으며, 서(書)와 음률(音律)에도 재주가 뛰어났다.
그의 시는 산수·자연의 청아한 정취를 노래한 것으로 수작(秀作)이 많은데, 특히 남전(藍田: 陝西省 長安 동남의 縣)의 별장 망천장(輞川莊)에서의 일련의 작품이 유명하다. 맹호연(孟浩然)·위응물(韋應物)·유종원(柳宗元)과 함께 왕맹위유(王孟韋柳)로 병칭되어 당대 자연시인의 대표로 일컬어진다. 또 그는 경건한 불교도이기도 해서, 그의 시 속에는 불교사상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특색이다. 《왕우승집》(28권) 등이 현존한다. 그림은 산수화에 뛰어나, 수묵(水墨)을 주체로 하였는데, 금벽휘영화(金碧輝映畵)에도 손을 대고 있어 화풍 또한 다양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순정·고결한 성격의 소유자로, 탁세(濁世)를 멀리하고 자연을 즐기는 태도 등은 남송문인화의 시조로 받들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소동파(蘇東坡)는 이 시(詩)를“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花, 花中有詩〕”고 평하였다. 당시는 장안(長安)에 있는 건축의 장벽산수화(牆壁山水畵)나 《창주도(滄州圖)》 《망천도(輞川圖)》등이 알려져 있었으나 확실한 유품은 전하여진 것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