定風波-蘇軾
定風波⋅莫聽穿林打葉聲
(정풍파⋅막청천림타엽성)
정풍파⋅숲에 이는 비바람소리를 무서워 마오-蘇軾 소식
三月七日, 沙湖道中遇雨. 雨具先去, 同行皆狼狽, 余獨不覺, 已而遂晴, 故作此詞.
(삼월칠일, 사호도중우우. 우구선거, 동행개낭패, 여독불각, 이이수청, 고작차사.)
삼월 초이렛날, 사호로 가는 길 위에서 비를 만났다.
우비와 우산을 가진 하인들이 먼저 가버려 일행이 오가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다가 조금 지나 언제 그랬냐는 듯 날이 개어 이 사詞를 지었다.
......
莫聽穿林打葉聲, 何妨吟嘯且徐行. 竹杖芒鞋輕勝馬, 誰怕, 一簑烟雨任平生.
(막청천림타엽성, 하방음소차서행. 죽장망혜경승마, 수파, 일사연우임평생.)
숲 속에 쏟아지는 빗소리 무서워 마오
노래하며 천천히 가는 길 무슨 방해 되겠소
걷는 것이 말 탄 것에 못지 않게 좋은데
누가 무서워하겠소
평생을 도롱이 걸치고 빗속 걷게 된다 한들
料峭春風醉酒醒, 微冷, 山頭斜照却相迎. 回首向來蕭瑟處, 歸去, 也無風雨也無晴.
(요초춘풍취주성, 미랭, 산두사조각상영. 회수향래소슬처, 귀거, 야무풍우야무청.)
취해 있다 봄바람이 쌀쌀해서 깨었더니
온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려 하던 중에
산마루 넘어가던 해가 나를 비쳐주네
오가는 길에 비바람 몰아칠 수 있는 것
비가 내리든 개이든 무슨 상관 있으랴
▶ 定風波(정풍파): 사패명詞牌名. 모두 62자로 되어 있고 상편上片은 5구 3평운, 2측운, 하편下片은 6구 4측운, 2평운인데, 구양형歐陽炯이 만든 격률을 정체正體로 하는 것 외에 일곱 가지 변체變體가 있다.
▶ 沙湖(사호): 후베이湖北 황강黃岡 동남쪽 30리 되는 곳에 있으며 나사점螺絲店이라고도 한다.
▶ 狼狽(낭패): 진퇴가 모두 곤란한 지경에 이른 것을 가리킨다.
▶ 而已(이이): 잠시 뒤에
▶ 穿林打葉聲(천림타엽성): 세찬 비가 숲 속의 나뭇잎을 두드리는 소리를 가리킨다.
▶ 吟嘯(음소): 큰 소리로 노래하듯 읊조리는 것을 가리킨다.
▶ 竹杖芒鞋(죽장망혜):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와 풀로 엮은 신발을 가리킨다.
▶ 一簑烟雨任平生(일사연우임평생): 도롱이를 걸치고 빗속에서 한 평생을 지내면서도 태연한 것을 가리킨다.
▶ 料峭(요초): 차갑다. 쌀쌀하다. 으스스하다.
▶ 斜照(사조): 석양의 햇빛이 비껴 드는 것을 가리킨다.
▶ 向來(향래): 본래부터. 줄곧. 지금까지. 비로소.
▶ 蕭瑟(소슬): 비바람이 나뭇잎을 때리는 소리를 가리킨다.
원풍元豊 5년(1082) 봄이면
소식이 오대신안烏臺詩案으로 옥고를 겪은 뒤 황주黃州로 내쫓긴 지 3년째 되는 봄이다.
서문에서 보듯 봄놀이를 나선 일행이 도중에 갑자기 비를 만났는데
우산과 우비 등을 가진 하인들이 먼저 길을 떠나버린 뒤라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가운데
소식 혼자서만 태연자약 비를 맞으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던 모양인데
조금 있다 비간 그친 뒤에야 그것을 알게 된 소식이 이 노래가사를 지은 것으로 보인다.
풍파를 겪은 뒤 갖게 된 역경에 대처하는 힘이란 게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 따위에만 적용되는 느긋함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평생이라도 빗 속 길을 도롱이 하나로도 태연하게 갈 수 있다 하는 것일 테고.
◈ 소식蘇軾 [1037~1101]
북송北宋의 문학가이자 서화가로 자는 자첨子瞻, 화중和仲을 썼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이다. 미주眉州 미산眉山(지금의 쓰촤성四川省 미산眉山) 사람이다. 인종仁宗 가우嘉祐 2년(1057)에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진사가 된 뒤 벼슬을 살다가 중앙에서 쫓겨나 오랫동안 변방에서 고초를 겪었다. 시詩, 사詞, 문文, 서書, 화畵에 두루 능하여 중국 역사상 귀한 다방면에 걸쳐 예술적 성취를 이룬 인물이다. 구양수歐陽脩의 뒤를 이어 북송의 문단을 이끌었고, 부친 소순蘇洵 및 아우 소철과 함께 삼부자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자리를 차지하며 가문의 문풍을 날렸다. 사에서는 신기질辛棄疾과 함께 소신蘇辛으로, 시에서는 황정견黃庭堅과 함께 소황蘇黃으로 병칭되었으며, 그림에서도 황정견, 미불米芾, 채양蔡襄 등과 함께 송사가宋四家로 불렸다. 작품집으로 《동파칠집東坡七集》과 《동파악부東坡樂府》 등을 남겼고, 《동파전집東坡全集》 150권이 전한다.
